대우조선 매각, 실제 실행은 이동걸 회장 임기만료 이후?
위상호·최예빈 기자 | wish@chosun.com | 2019.03.13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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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계약만 체결…모든 과정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이후
산은 '일단 12개월 예상'…수년 걸릴 가능성도 배제 못해
그사이 대우조선만 '주인 없는 회사'…관리부실 다시 우려
현대중공업은 인수해도, 인수 실패해도 모두 '꽃놀이패'

대우조선해양 풍랑1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국내ㆍ해외 경쟁당국 독과점 심사승인을 조건부로 내건 대우조선해양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1년(2020년3월) 승인완료'를 전제로 했는데 실제로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각 국가별로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심사내용이 많은데다 현대중공업과 산은의 기업결합심사 사전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

정작 이번 거래의 핵심인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현물 출자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대우조선으로 유동성 지급 등의 실제 거래는 모두 수년뒤 해외 승인을 받은 이후에 시작된다. 거래 구조가 워낙 독특하고 현대중공업에 짜맞춰 마련되다보니 생긴 일로 풀이된다.

문제는 '매매계약 체결'과 '거래 실행'  사이에 수년의 '공백'이 있어 그 사이 발생할 변수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거래를 주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임기부터 만료(2020년 9월)된다. 2020년 총선결과에 따른 정치권의 '입김'이 어떻게 변할지도 미지수다. 그 사이 조선업황 변동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거래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년간의 시간을 소요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관리'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과점 심사가 불안하고 자칫 거래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로 인해 이전 주인(산업은행)과 새 주인(현대중공업)의 중간에 끼인 위치에 수년간 방치될 경우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지난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를 승인하고 새로 발행하는 기타주식(우선주)에 대한 정관 규정도 제정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6월 1일을 기일로 중간지주회사(가칭 '한국조선해양')와 현대중공업 사업회사로 물적분할 된다.

대우조선해양 타임라인

구속력 있는 계약은 체결됐지만 거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현물출자, 조선지주의 산업은행 대상 유상증자는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 등 정부 인허가를 모두 얻는 것이 선행조건이다. 양 쪽 모두 기업결합 승인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에야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승인을 얻지 못하면 중간지주 유상증자 및 대우조선해양으로의 자금 지원도 진행하기 어렵다.

중간지주의 유상증자는 현대중공업 ‘자신의 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형식적으론 주주배정 유상증자지만 실제로는 산업은행을 제외한 3자 배정이다. 핵심 거래와 동시에 이뤄지냐 그 후에 이뤄지냐는 정해지냐에 따라 형식이 달라질 뿐이다. 증자의 전제가 되는 핵심 거래가 없으면 중간지주 유상증자 진행도 무의미해진다.

국내서야 무난히 승인이 예상되지만 해외에선 벌써부터 경쟁 제한성을 우려하고 있다. 선박을 만드는 모든 나라의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중국, 일본, 유럽 등의 기업결합 심사가 깐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12개월 안에 거래가 유상증자(산업은행 대상 신주 발행)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순조롭게 진행돼도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통상 국내 기업간 M&A는 해외 승인 문제가 있더라도 6개월 이상 시한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사자들의 귀책사유 없이 정부 인허가 심사가 계속 중이거나 완료되지 않은 경우 합의에 따라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해외 승인 절차가 길게는 3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외 승인을 얻기 전까진 이번 거래 계약은 '글자' 그 이상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승인이 나더라도 1년 6개월 이상 걸리면 거래를 주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조차 그 끝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승인 전까지는 명목뿐인 계약서에 의지해야 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수주 및 건조 작업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사업 활동이 위축되면 대우조선해양 주주들도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원하든 그렇지 않든 현대중공업 주주들도 불확실성이 달갑지 않긴 마찬가지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잃을 것이 없다. 노조반발이나 주주들의 불만이 부담될 순 있지만 본원적 사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 전제인 해외 승인이 나지 않으면 그 계기로 발을 빼면 된다.

더 근본적으로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영업력과 기술력이 악화되면서 자사 경쟁력은 강화되는 부외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M&A 구조

중간지주회사 설립은 해외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추진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사업은 현대중공업 아래, 나머지 에너지 등은 현대오일뱅크 중심으로 모으고 있다. 설령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못하게 되더라도 중간지주를 설립할 실효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이제부터 서로 실사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시장가에 기반한 거래기 때문에 웬만한 사정 변경으로는 증자 금액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견될 경우엔 계약 조건이 달라지거나 아예 해제될 가능성은 있다.

한 증권사 조선담당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이뤄졌거나 잔고에서 적자가 많이 날 것으로 판단한다면 산업은행과 추가 협의를 진행할 것이지만 정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2일 15:3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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