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3가지 제안, 냉랭한 FI들…'여론전 목적', '실현 어려워'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9.03.14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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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자문ㆍ금융지주사 의사 묻지 않고 언론공개 먼저
협상안 받아든 FI, 중재재판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
3가지 방안 모두 '가격 차이' 극복할 방법 없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3가지 방안을 공개 제안했다. 요지는 크게 두 가지. "본인 지분을 팔 생각은 전혀 없다","FI지분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줄테니 중재재판하지 말고 다시 협상하자"

이 제안은 전문가 그룹의 외부자문을 받거나, 금융지주사 의사를 확인하는 작업이 모두 생략되고 언론 공개작업이 먼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당사자인 FI들은 일부 회사만 12일에 관련 제안에 대한 신 회장 측의 언지를 먼저 받았을 뿐, 나머지 FI들은 아예 내역을 통지받지 못했다. 일부는 저녁에 신문 기사를 통해 최초로 내용을 접하기도 했다. 아울러 3가지 방안 모두 실현가능성이 낮다보니 FI는 물론, 금융지주사들도 반응이 냉랭하다.

이들 사이에서는 "실제 협상보다는 대외 여론전을 위해 마련된 제안으로 보인다", "경영권 사수를 원하는 신창재 회장이 중재재판을 피하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 아니냐" 등의 격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단 FI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제안 자체가 일방적인 통보방식으로 이뤄진데다 말 그대로 협상안만 넘어왔기 때문이다.

우선 제안 과정은 실무 차원에서 사전 조율이 일절 없이 이뤄졌다. 12일 일부 FI에게 관련내역을 언급하고 그날 저녁 자료와 기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FI들은 세부 논의가 한 번도 안된 협상안이 외부에 먼저 공개된 점부터 당황하는 분위기다. 여론전을 위해 회사가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고 있고, 사태해결이 목적인지 외부에 알리는 게 목적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협상안이 외부에 공개 된 마당에 FI들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시간만 끌고 진정성은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되레 이번 사태로 인해 결국 중재재판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금융지주사도 현재 나온 협상안만으론 투자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입장에서 FI 지분을 가져갔을 때 실익이 무엇인지가 분명치 않은데 무턱대고 나설 수는 없다”라며 “경영권이 전제로 되지 않은 단순투자는 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에 관계된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런 신창재 회장 측의 대응에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사태가 점점 악화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합의를 하기로 했다면 내부결정과 방향이 확고해야 하지만, 현재 모습은 합의를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갈등국면을 이어가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경영권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 조율은 커녕, 문제만 키운다는 우려도 있다.

신 회장 측 실무진들이 우왕좌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신 회장 본인조차 이런 저런 조언을 제공해도 수시로 뒤집는 경우가 많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3가지 협상안은 실현하는 데 상당한 난점들을 지니고 있다. 모두 신창재 회장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투자자가 나타난 다음의 이야기인데 가격 격차 해소가 어렵다.

첫번째 방안인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의 경우.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우고, FI들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SPC에 넘기면서 발행하는 ABS를 FI들이 받는 식이다. 말그대로 자산(Asset)을 베이스(backed)로 해서 유동화시키는 과정인데, 대개 비유동자산의 현금화 등에서 자주 쓰인다.

문제는 ABS를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주당40만9000원으로 찍힌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 FI는 ABS를 받아 '빚'을 받아야 하는데 시장에서 누군가 주당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교보생명 FI지분을 받아줘야 현실적인 유동화가 가능하다. 투자자 모집을 위해 신용도 강화와 수익제공을 하려면 SPC에 추가적인 자산이 담보돼야 하는데 이때 회사 자산을 넣을 경우 '배임'이 되다보니 역시 불가능하다.

자칫 잘못하면 신 회장 개인 오너의 빚 해결을 위해 일반 투자자ㆍ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려 한다는 비난까지 나올 수 있다.

'백기사'나 'IPO이후 차익보전'도 마찬가지. 결국 문제의 본질인 가격 격차 이슈를 해결하기 어렵다. FI들이 요구한 주당40만9000원은 환산시 교보생명 시가총액이 8조원이 넘는 가격이다. 문제는 교보생명이 업계 3위 회사인데,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지금 시가총액이 3조5000억원에 그친다. FI와 신창재 회장간 주주간계약을 맺은 때가 8년이 넘었고, 그 사이 생보사들의 지분가치가 매년 뚝뚝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러다보니 금융지주사가 백기사로 나서든, IPO를 통해 일반 투자자가 들어와서 FI지분을 사주든 해결이 안된다. FI들은 40만원대에 팔아야 하는데 이를 사는 곳은 시가의 2배 이상에 매입하게 되어 투자 즉시 '마이너스 50~60%' 손실을 기록해야 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교보생명 지분가치가 2~3배 오를 것이라고 당장 자부하기도 어렵다.

신 회장에게 이달 중순 정도까지 시간을 제공했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중재재판을 통해서 판결을 받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현재 나온 협상안 말고 다른 대안이 나오기 힘들다면 중재재판을 미루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라며 “여론전으로 회사가 시끄러워지는 것보다는 중재재판으로 가는 게 회사를 위한 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3일 15:4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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