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현대자동차 '정의선 체제'에 동의할까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19.03.14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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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차 사내이사 선임 주총서 확정
'기권'·'중립' 지킨 국민연금, 이번엔 찬성할지 관심
한진 오너일가에 적용한 '과도한 겸직'도 반대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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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그룹 주요 계열사에 모두 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등기 이사 선임은 오는 3월말 열리는 각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은 정의선 부회장의 각 계열사 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제껏 기권 또는 중립 의견을 제시해 왔다. 국민연금은 막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선언한 상태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정의선 체제의 동의 여부'도 눈 여겨 볼만하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각각 15일과 22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비상근이사로 재직해 왔으나 이번 주총을 통해 상근 사내이사로 선임이 확정된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의 사내이사 연임이 확정될 경우,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 대표이사로 오른다. 정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도 내정된 상태다.

일단 현대차와 기아차 이사회는 사내이사 안건을 상정했으나 주총에서 표결을 거쳐야 한다. 현행법(상법 368조 1항)에 따라 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의 과반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안건이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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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지분 약 8.7%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단일 2대주주다. 지난 2016년 주총 당시 국민연금은 정의선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세부기준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지침(現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27조는 기업가치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인사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명시돼 있다. 2016년 당시 주총에선 공무원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정 부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현대제철 주총에서는 정 부회장의 사내 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기권'했다.

지분 승계 문제와 더불어 2015년 현대차 부지 매입 등을 이유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관투자가들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이사 선임을 '반대'할 것을 수 차례 권고했다. 그러나 순환출자고리로 연결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지분 구조상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 선임이 무산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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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의 등기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또한 국민연금의 정의선 부회장 이사 선임을 반대할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의결권 행사기준 27조는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한진그룹의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적용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이사선임을 반대하는 국민연금의 주요 논리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사내이사 선임과 별개로 배당 정책과 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주총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현대차가 제시한 배당보다 7배가 넘는 배당을 요구했고, 총 3명을 선임하는 사외이사 자리에 현대차와 동일하게 3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회사와 엘리엇의 주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판단은 주주들의 몫이 됐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향방에 따라 주총의 분위기 또한 달라질 수 있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요 운용사 한 관계자는 "각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차그룹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지 아직은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내이사, 사외이사 선임과 더불어 배당 정책 등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판단이 각 기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04일 14:1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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