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FI 재유치 고민…신용도 의식한 움직임
입력 2019.03.18 07:00|수정 2019.03.19 10:11
    조건 좋은 FI 물색 중인 상황…CJ "여러 조달 방안 검토"
    JKL파트너스와 쉬완스 인수 대금 관련 일반적인 수준 의견
    FI 통한 외부조달도 '빚'…커버넌트 따라 효과 미미할 수도
    • CJ제일제당이 쉬완스(슈완스) 인수·합병(M&A) 대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려다 재무적투자자(FI)를 포함, 다양한 조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지고 있는 신용도 적신호 등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다만 FI를 통한 외부조달도 결국에는 '빚'이고, 커버넌트(Covenant; 약정)에 따라 오히려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보니 실효성 의문과 함께 '자금 계획 미숙'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쉬완스 인수를 준비하며 FI들을 물색 후 입찰을 거쳐 여러 후보 중 JKL파트너스를 선정한 바 있다. JKL파트너스는 쉬완스 인수 대금 중 5000억여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였으나 계약을 앞두고 협상이 결렬됐다.

      CJ제일제당은 당시 조건 등을 이유로 쉬완스 지분 인수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월 애널리스트 및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에서 변화된 기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즉, 'FI는 초빙하지 않기로 했다'던 CJ제일제당이 쉬완스 인수 대금(당시 1조5000억여원) 중 1조원은 자체적으로, 나머지 자금은 FI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후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의 FI 재유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 지분율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로 80%에서 70%로 조정됐다.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인수 대금도 1조5000억여원에서 1조3000억여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FI를 통한 외부조달을 고려 중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이 FI 섭외를 다시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용등급 하락' 우려 때문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 CJ제일제당의 현금창출력이나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쉬완스 인수 대금 마련 자체가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다. 다만 그룹 내부적으로 신용도를 의식하다보니 다시 외부자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 여기에 프리노바 등 추가적인 해외 M&A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점도 CJ제일제당의 자금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러다보니 한 번 손을 놓았던 FI와의 재협상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일단 조달하고 보자'는 생각이 한몫 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FI 물색 소식에 JKL파트너스가 일반적인 수준에서 조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올해 설 연휴 이후 JKL파트너스가 주요 출자기관(LP)들을 상대로 자금조달에 대한 의중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LP들이 이에 동의할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도 JKL파트너스가 한 번 손발을 맞춰 본 터라 JKL파트너스를 FI로 재유치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커버넌트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된 바 있어 낙관할 수만도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CJ(주)와 CJ제일제당은 공식적으로 "JKL파트너스를 포함한 FI를 통한 외부조달이 확정된 것은 현재까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JKL파트너스보다 조건 등이 좋은 FI를 물색 중인 상황"이라며 "CJ제일제당이 차입이 없는 회사도 아니고 향후 M&A나 대규모 투자금을 자체적으로 추가 조달하기에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 가능성을 열어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

      FI를 통한 외부조달이 '신용등급 지키기'에 실효성이 있으려면 대외에 공개되는 투자조건이 CJ에 유리해야 한다. 사실 그간 국내 투자업계의 동향과 트랙레코드로는 FI를 통한 자금조달도 결국은 '빚'으로 인식, 커버넌트에 따라 오히려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회사채 발행이나 자산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할 경우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된다. 하지만 FI가 에쿼티(지분)를 인수하는 방식의 자금조달일 경우 재무제표상에 부채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신용도 리스크가 부각되는 기업들이 FI 유치를 선호하기도 한다.

      즉 FI가 아무 조건 없이 에쿼티를 가져갈 경우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도를 평가할 때 해당 지분은 CJ제일제당의 지분으로 잡히지 않아 신용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만큼 조달할 자금이 줄어드는 셈이라서다. 반면 해당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선행돼야 하는 등의 유동성 조건이 포함될 경우 FI의 쉬완스 지분 역시 CJ제일제당의 보유 지분으로 잡혀, FI의 인수 대금이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반영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FI를 통한 외부조달의 경우 단순하게 신용도 득과 실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이 같은 커버넌트에 대한 해석이 반영될 여지가 있어, CJ제일제당이 FI 자금을 사용한다고 해서 신용도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