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인사 논란까지"…딜라이브 등 M&A 막힌 KT, 예고된 '참사'
차준호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03.20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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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유료방송 M&A 숙제 끝낸 가운데 KT는 국회 눈치
외부 변수 겹쳤지만…투자자들 KT 고질적 지배구조 지적
'코드 인사'도 무색…채용 비리 등 악재도 '도돌이표'

유료방송 시장재편이 숨 가쁘게 이뤄지는 가운데, KT는 의사결정 마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딜라이브 인수를 둔 내부 의사는 일찌감치 모았지만, 발표 시기마다 악재가 겹치며 밀려나는 모양새다.

경쟁사들은 M&A에 속도를 내며 미디어 전략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KT는 점차 고립된 상황이다. 투자자 사이에선 매년 반복되는 정치권 개입과 인사 논란 등 KT 특유 지배 구조 한계가 초래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22일 법안 2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 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해당 규제가 재도입될 경우 단일 사업자가 전체 점유율의 3분의 1을 차지할 수 없는 규정에 따라 KT의 케이블TV 인수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M&A 합의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진전하고 있지만, 정작 KT만 뚜렷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CJ헬로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고, SK텔레콤도 티브로드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인수 불허 때와 LG유플러스는 상황이 다른 점을 시사하며 힘을 실어줬다.

KT 내부에선 마지막 남은 매물인 딜라이브 인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거래에 밀접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딜라이브 인수를 둔 내부 검토까지 마친 후 사실상 국회 분위기만 지켜봐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벌어진 아현동 KT지사 화재가 겹치며 모든 의사결정이 중단됐다. 여야간 대치로 국회 공전이 이어진 데다 최근엔 정치권과 새노조를 중심으로 정치인 자녀의 채용 비리 문제가 부상하며 회사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국회가 합산규제도입을 둔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KT도 빠른 속도로 딜라이브 인수를 둔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화재 등 현안을 묻는 청문회 절차가 남아있는 데다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강화라는 숙제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눈치보기’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이란 평가도 있다.

각 통신사들이 3년여를 끌어온 유료방송 M&A 숙제를 끝내고 저마다 미디어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KT만 소외된 상황이다. 회사입장에선 이번 M&A를 가로막는 외부 변수를 호소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황창규 회장 이후 예고된 지배구조 문제가 드러난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황창규 회장은 ‘국정 농단’과 연루됐다는 논란 이후 연임이 불투명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에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엔 연임 이후 첫 과제로 '지배구조 투명화'를 내걸고 시장관계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특히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 수석비서관,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편입하는 등 '코드 맞추기'에도 힘을 썼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유희열 부산대 석좌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황창규 KT회장과 그룹의 대관 업무가 미비한 점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과방위 간사인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황창규 KT 회장이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불성실한 답변, 통신재난상태의 안일한 인식 때문에에 여야 모두가 KT 청문회 인식을 같이했다"라 언급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최근에도 내부 잡음과 무관하게 일본 현지에서 5G 설명회를 여는 등 독자 행보를 걷고 있지만, 오히려 외부 행보보다 여론을 살펴야 할 시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아현동 화제 등 여론이 쏠렸던 현안에서 황 회장이 지나치게 자기 목소리만 내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국회의원들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대관 파트에선 당분간 수면아래서 사태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홍보 업무를 맡은 윤종진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세다보니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9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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