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로 승부수…리스크 감당할 수 있을까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9.03.2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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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부동산 인수 놓고 '각축'
조직 과감하게 키우고 투자 늘려
셀다운 비중 축소... 끝물 지적도
자산에 문제 발생 땐 실적에 영향

증권사 해외 익스포저 추이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대체투자'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관련 조직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투자금융(IB)·상품·트레이딩을 막론하고 국내 투자처가 줄어들며 해외 대체투자 확대는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벌써부터 '쏠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해외 대체투자 시장은 이미 '끝물'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기 불황 우려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도 여전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3년간 해외 대체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익스포져(위험노출액) 잔액은 13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말 55조원 수준이었던 익스포져는 지난해 1분기에만 11조원 늘어나며 108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을 위시한 해외 대체투자 증가분이 상당량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이달 초엔 미래에셋대우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랜드마크 오피스 중 하나인 마중가 타워를 1조83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국내 증권사 해외 부동산 인수 거래 중 최고액이다. 마중가 타워 인수전엔 미래에셋대우 말고도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참여해 각축을 벌였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만 미국 워싱턴DC 센티널2빌딩, 벨기에 브뤼셀 외교부 청사,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 영국 런던 캐논브리지하우스 빌딩 등 해외 유수의 오피스 빌딩의 주인이 국내 증권사로 바뀌었다.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 중심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도 관측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8월 IB부문 내 대체투자본부를 신설했다. 웰스파고·RBC 등 글로벌 금융사를 거친 안준상 본부장이 본부를 맡았다. 한국투자증권도 IB1본부 내 대체투자담당 임원직을 신설했고, KB증권은 부동산과 대체투자 총괄 조직을 IB2부문으로 독립시켰다.

덕분에 금융권 헤드헌터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대형증권사 2~3곳이 공격적으로 관련 인력 영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부동산·인프라 부문 딜 소싱(영업) 인력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리더는 상무보~전무급 임원 보장 ▲팀·본부 단위 이직 우대 등 각종 혜택이 따라붙는다. 관련 경력 20년 이상은 본부장급, 7년 이상 시니어는 최대 이사까지 보장받는다.

문제는 해외 대체투자를 향한 증권사들의 보폭이 너무 빠르고 넓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쌓인 부동산 및 대체투자 관련 우발채무는 이미 자기자본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국내 증권사 전체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는 24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업계 추산 10조원 안팎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가 더 얹어지는 셈이다.

속도도 빠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지난해 증권사들의 해외 익스포져가 약 30조원가량 늘어났고, 이중 상당수가 부동산 및 인프라 자산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린 증권사 중 한 곳인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2016년 1600억원이었던 해외투자 규모가 지난해 1조84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글로벌 부동산 대체투자 수익률

물론 증권사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인수한 뒤 셀다운(재매각)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3% 안팎의 수수료를 챙긴다.

최근 수익 극대화를 위해 증권사 보유 물량을 점차 늘리고 있는 것이 추세다. 지난 3~4년 사이 파생결합증권(ELS)에서 자체 헤지 물량을 늘린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보유 자산에 문제가 생기면 증권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당장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위기가 현실화하며 최근 2~3년새 영국 오피스에 투자한 일부 증권사는 긴장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증권사는 물론, 거의 대부분의 국내 금융권 관심이 해외 대체투자를 향하며 셀다운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한 국내 초대형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인수한 해외 자산의 기관 셀다운이 예상한 만큼 진행되지 않으며 연초 비상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부동산 관련 대체투자가 이미 '끝물'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콜리어스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7%에 육박했던 글로벌 상업용부동산 대체투자 평균 수익률은 2018년 1분기 4.4%대로 뚝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한 2008~2009년보다도 낮은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 업계에서 한국 금융기관이 들어오지 않으면 경쟁 입찰이 성사되기 어렵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는 건 오래된 이야기"라며 "자산 가격은 고평가되고 기대수익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단순히 수익원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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