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 쿠폰 받고 돌아간 삼성전자 주주들 Vs 잠잠했던 현대차 주총
입력 2019.03.25 07:00|수정 2019.03.26 09:44
    삼성전자 20일, 현대차 22일 주주총회
    주주는 78만 명, 주총장은 800석
    삼성그룹 주주관리 또 다시 '도마 위'
    엘리엇 공방전에 학습효과? 달라진 현대차
    치열한 표 대결 예상했지만, 조용히 끝난 현대차 주총
    •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 가장 이목이 집중된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두 기업 모두 회사가 제시한 안건이 무사히 통과했지만, 주총장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일부 주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대차 주총은 예상됐던 치열한 표 대결 없이 무난히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20일, 주총 시작 전부터 서초사옥에 긴 줄이 늘어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약 400여석의 좌석을 마련해 주총을 열었지만, 올해는 약 800석의 좌석을 마련했다. 마련된 좌석은 모두 들어찼고, 200여명은 선 채로 주총에 참여했다. 참석한 주주들에게는 베이커리 세트를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주총이 시작한 오전 9시까지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이 상당했다. 끝내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은 회사가 제공한 기념품 쿠폰만 받고 돌아갔다.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주총일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기도 했다.

      지난해 주식을 50대 1로 액면분할 한 삼성전자의 전체 주주는 약 78만명이다. 지난해 3월 약 24만 명에서 3배 이상 늘었다. 주주들은 급격히 늘어나 모든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전자투표제 도입에 관한 뚜렷한 입장은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전자투표를 비롯해 주주들이 의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했다.

      이번 주총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주주관리는 과거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5년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수박'을 들고 일일이 개인 투자자들을 찾아 다니며 위임장을 수집했다. 동원 인력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천명 단위로 전해진다. 보유 주식수는 물론 주소까지 임직원들에게 노출하며 개인정보 유출과 편법 수집 우려가 제기됐다. 주총을 비롯한 투자자 관리는 회사 IR그룹에서 담당한다.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은 이명진 부사장(그룹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IR 담당자들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쟁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추천한 박재완 사외이사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반대'의견을 나타냈고, 실제로 해외 연기금 상당수가 박 후보 선임에 반대했다. 호암재단으로부터 상금과 부상을 받은 안규리 사외이사 또한 논란이 됐다.

      국내 기관투자가 한 담당자는 "삼성전자 주총에서 다소 민감한 사안이 논의된 것은 맞지만, 회사측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명 또는 안건 설명에 대한 내용을 전한 바는 없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기관들을 대상으로 이미 찬성표를 확보해 놓은 상황에서 회사측이 급박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던 현대차 주총은 비교적 조용이 막을 내렸다. '압승'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현대차 제안은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로 배당 및 이사진 확대와 같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차 역시 삼성전자와 유사하게 800여석의 자리를 마련했다. 주총장에는 다소 빈자리도 보였다. 일부 주주들의 발언이 있었지만 큰 소리를 듣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지배구조개편에 실패한 현대차는 올해 주총을 앞두고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배구조개편 당시 비교적 신경 쓰지 않았던 국내 기관투자자과 접촉을 크게 늘렸다. IR담당자 및 실무진이 직접 제안한 주총 안건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주주들에게 전달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배당 및 사외이사 추천에 대한 배경, 엘리엇 제안의 반대 논리 등을 설명했다.

      현대차가 엘리엇과 공방전을 이어가며 얻은 '학습 효과'라는 평가도 있다. 앞으로 남은 현안들을 고려할 때 주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삼성전자도 지난 2016년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지배구조개편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 줄 것을 요구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