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수색으로 어수선한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일단 멈춤'?
입력 2019.03.26 07:00|수정 2019.03.27 09:54
    바디프랜드·압타바이오 등 계류
    검찰 압수 수색으로 상장 심사 부서 직격탄
    차일피일 미뤄지며 3월 안 결론 안날 듯
    • 한국거래소가 진행 중인 일부 기업들의 상장 예비심사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상장 심사 부서가 검찰의 압수 수색을 받는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래소로서는 지금 '딜레마' 상황에 처해있다. 신규 상장 가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최근 공모주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지금 심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 실적에 유리하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이슈로 검찰이 들어온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 이슈가 있는 다른 기업에 흔쾌히 상장 허가를 내주기도 어렵다.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3월 중엔 상장심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현재 계류돼있는 일부 기업에 대한 통과 여부를 확정할 상장심사위원회 일정을 이달 중 확정하지 못했다. 현재 일반적인 일정을 훌쩍 넘어 심사가 진행 중인 기업은 바디프랜드·압타바이오 등이다. 상장을 연기하기로 한 이랜드리테일 역시 예심 철회 직전까지 계류중이었다.

      바디프랜드는 일반적인 절차대로였다면 1월 중순 결과가 나왔어야 했지만, 두 달이 넘어가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랜드리테일 역시 조기심사(패스트트랙) 적용 대상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심사를 진행했는데, 일반 심사 기한(45영업일)마저도 이달 중순에 넘어섰다. 상장이 늦어지자 최근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IPO 이전에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자사주로 먼저 사겠다며 예심을 철회하기로 했다.

      최근 장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 중 하나인 압타바이오도 기술심사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해 이르면 2월말 통과가 예상됐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일정이 밀리며 최근 3개월간 2배 가까이 올랐던 압타바이오 장외거래가도 최근 조정에 들어갔다.

      '이번 달 안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은 최근 검찰이 거래소에압수 수색을 전격적으로 실시하며 쑥 들어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심사 부실 혐의와 관련해 연관된 문서는 물론, 일부 컴퓨터 등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 상장에서 대한 '특혜 의혹'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장 심사 부서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일것으로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거래소와 접촉해보니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해 보였다"며 "최근 1~2년간 유가증권시장도 적어도 한 달에 한 곳은 상장 승인이 났는데, 3월은 그냥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1월 말 현대오토에버가 상장 예심을 통과한 이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을 제외하면 새로 상장 허가를 받은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3월은 감사보고서 제출 이슈로 인해 심사가 애매한 기간이긴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작년3월에는 SK루브리컨츠가 예심을 통과했고 그 전해인 2017년엔 ING생명보험(현 오렌지라이프)를 비롯해 두 차례에 걸쳐 4곳의 코스닥 기업의 상장이 승인됐다.

      현재 심사가 계류돼있는 기업들의 소명 및 개선 절차는 상당 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슈가 됐던 바디프랜드의 경우에도 일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상장에 결정적인 하자는 없는 방향으로 내용이 정리됐다는 전언이다.

      이제 남은 건 거래소의 의중이라는 지적이다. '실적'과 '책임회피' 사이에서 다소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신규 상장에 목말라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2017년 4조4500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불과 9곳이 새로 상장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최대 105곳의 상장을 내다봤지만만 현실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거래소는 정지원 현 이사장 취임 직후 전격적으로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유치팀을 해체했다.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팀도 혁신성장지원부 산하 단일 팀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이후 신규 상장 실적이 크게 줄어들자 증권사를 수시로 접촉해 상장 예상 기업 동향을 살피는 등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공모금액이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다소 부진했지만 올해엔 다시 2017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이미 무산됐다. 거래소가 예시로 든 현대오일뱅크(2조원)은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단기간 내 상장 가능성이 사라졌다. 홈플러스리츠(1조6000억원)는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을 철회했다. 또 교보생명보험(약 2조원 안팎)은 주주간 갈등이 첨예해지며 현실화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거래소 입장에선 금융시장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대어급 혹은 화제의 공모주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상장 허가를 내주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소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위해 상장 특혜를 줬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심사는 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바디프랜드는 내부통제와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랜드리테일도 FI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당시 법 테두리 내에서 상장유치활동 및 예비심사를 진행했음에도 부실·위법 논란이 불거지며 당황한 것 같다"며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은 대외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심사 기간을 늘려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예심 진행상황 및 상장심의위원회 차후 일정에 대해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심사가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상장심사위원회가 종료되고 난 뒤에야 외부에 알릴 수 있다"며 "추가 확인이나 개선 계획 검토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