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베트남 신(新)시장은 맞는데…수익성은 ‘글쎄’
입력 2019.04.03 07:00|수정 2019.04.02 18:37
    대기업 베트남 '사랑' 커지면서 회계법인에도 일감 몰려
    현지 전문가 양성 및 로펌-IB들과도 협업
    현지 회계펌과 관계 문제로 업무는 제한적
    낮은 현지 수수료도 수익성에는 부정적
    • 회계법인들도 베트남 시장을 적극 ‘노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진출하자 관련 일감이 늘어나면서다. 다만 아직은 초기인데다, 현지 회계법인들과의 관계 때문에 ‘캐시카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대기업들의 베트남 ‘사랑’은 점점 커져가는 추세다. 베트남 시장 진출뿐 아니라 베트남 기업과의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으로 사업모델을 넓히고 있다. 일례로 SK그룹은 지난해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532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 그룹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조대식 SK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해 연말부터 공언한 사업이다. 자연스레 회계법인을 비롯해 IB, 로펌 등이 모두 베트남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현지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빈 그룹 쪽에서 이번 투자를 도왔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형 건설사, 식음료, 금융, 화장품, 호텔 및 리조트 등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는 회사들이 수두룩하다. 공인중개사들도 강남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 덩달아 대형 회계법인들의 베트남 관련 일감이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회사에 대한 M&A 자문 업무를 비롯해 ▲현지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 및 실사 업무 ▲부동산 인프라 사업에 대한 사업 타당성 업무 ▲베트남 현지 법인과 조인트벤처 설립 자문 ▲베트남 자회사에 대한 구조조정 및 통합자문 등 그 영역이 점점 확대하고 있다.

      업계 선두업체인 삼일회계법인은 수년 전부터 베트남 현지 전문가를 키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PwC 베트남과 의사소통은 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투자·법인 설립·M&A 자문이 주가 되다 보니 국제조세, 부동산, M&A 자문 팀들이 베트남 업무를 맡고 있다. 글로벌 로펌, 현지 IB(비엣캐피탈증권, 테크콤은행, SSI, ASC) 등과 협업체계 강화도 고민하고 있다.

      삼정회계법인도 호치민과 하노이 현지에 임직원을 파견했으며,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인수한 부동산 컨설팅회사인 토마스 컨설턴트 등이 베트남 실사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수익성과 연결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PwC 베트남과 협업을 하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내부적으론 베트남 사업이 당장 ‘돈’이 되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현지 실무의 대부분을 PwC 베트남 법인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일회계법인 역할은 제한적이다. 한국기업 입장에서야 말이 통하는 삼일회계법인과 일하고 싶더라도 PwC 글로벌의 업무 규정상 베트남 현지에서의 일은 PwC 베트남 법인이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삼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사를 가진 다른 빅4 회계법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또 베트남 현지 법인을 통해 진행되는 사업타당성 검토 등의 실사 수수료도 한국보다 낮다. 해외출장 등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수익성 측면에선 아직까진 매력적인 사업은 아닌 셈이다. 비단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사업들이 이와 유사하다.

      한 베트남 담당 회계법인 파트너는 “베트남에 진출하겠다는 기업이 워낙 많다 보니 관련 일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당장 돈이 되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보니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