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몸집 키운다더니 부동산 리스크만 '산더미'
입력 2019.04.03 07:00|수정 2019.04.02 18:38
    증권사 빠른 대형화에 우발채무 규모 급증
    특히 부동산 리스크에 집중..자본적정성 하락도 우려
    대형사도 위험노출 커... "성장 속도 조절 필요" 지적
    금감원, 증권사 부동산 리스크 점검 나서
    •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리스크를 향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증권사가 자본 규모를 빠르게 확대함과 동시에 부동산 등 고위험투자를 늘리면서 자본적정성도 급격히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올해 부동산 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본격적인 증권사 부동산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지난 10년 간 금융당국의 ‘한국형 투자은행(IB)’ 육성으로 증권사의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대부분의 투자가 부동산으로 쏠렸다. 그 결과 증권사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스) 우발채무 리스크도 급증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우발채무 규모는 35조원에 이른다. 이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17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산 우발채무다.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액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3조867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79%에 해당하는 27조원이 부동산 PF대출 보증으로 추산된다.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부동산 채무보증 비율이 70%를 넘는 상태다. 채무보증 대부분이 부동산 PF 대출 보증이기 때문에 시장 침체 시 우발채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증권사의 부동산 리스크 경고에 나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우발채무 중 부동산 PF 우발채무 비중이 80%를 초과하는 증권사를 부동산 경기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메리츠종금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 SK증권 등이 80%를 초과했다.  메리츠종금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은 각각 자본대비 과중한 우발채무와 높은 부동산 PF 비중, 빠른 우발채무 증가 등 위험지표에 2개이상 해당하면서 모니터링 강화 대상으로 지목됐다.

      대형사(종합IB)들의 위험도 크다. 대형사는 전체 우발채무의 73%를 차지한다. 2018년 9월말 7개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합산 우발채무 규모는 26조원에 육박한다. 이들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도 평균 78%에 이른다. 메리츠종금증권(184%), NH투자증권(88%), 한국투자증권(81%) 등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하락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발생했을 때 증권사의 대응능력을 점검한 결과 대형사들의 손실액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아 대부분의 대형사들은 높은 자본 대비 손실이 예상됐다. 신한금융투자(36%), NH투자증권(36%), 한국투자증권(35%), 메리츠종금증권(33%) 등은 자본 대비 예상손실액이 30%를 넘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특히 초대형사와 대형사가 최근 우발채무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위증권사들이 확대된 자본력과 정부의 규제완화 등에 힘입어 신용공여형 우발채무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갔기 때문인데,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위험요인을 고려하면 대형사 성장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당국은 2014년 자기자본 활용 증대와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본적정성 지표를 영업용순자본비율에서 순자본비율로 변경했다. 이에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리스크 노출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606%로 권고수준(500%)을 상회한다. 하지만 옛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로 계산 하면 평균은 226%로 권고수준인 30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합IB는 과거 적기시정조치에 근접했고 일부 회사는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본적적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부동산 리스크 점검에 착수했다. 최근 금감원은 최근 15개 증권사의 채무보증(우발채무) 내용을 제출 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중점 관리감독 대상으로 부동산금융과 우발채무를 꼽은 바 있다. 국내외 부동산 펀드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투자금이 단기간에 증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장 점검에 앞서 일부 증권사들로부터 부동산 관련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자료를 받았고 내부분석 후 현장점검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