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국기업 신용도 트렌드, 이익은 줄고 빚은 늘고"
입력 2019.04.04 15:14|수정 2019.04.04 16:23
    신용도 개선 전망 기업 거의 없어
    투자확대 따른 공격적 재무전략 보여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보기엔 국내기업들의 신용도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좋아 올해는 그에 비해 이익은 줄 것으로, 공격적 투자로 차입금은 늘어나는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도를 안정화 시키기 위해선 투자전략에서 재무안정성의 밸런스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일 서울파이낸스센터 S&P글로벌 회의실에 있었던 S&P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박준홍 S&P 이사는 국내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전자, IT, 정유화학, 철강 등 더 나아질 것 같은 산업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차입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들은 꽤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S&P가 부정적 전망을 부여한 기업 대부분이 해당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확대,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물론 일본기업에 비해서도 국내기업의 투자 규모가 크다는 평가다.

      박 이사는"이익은 떨어지고 차입금은 늘어나 신용지표 자체가 악화하는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기업의 국제 신용도 개선은 결국 매크로에 달려있다고 했다. 국제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내기업 대부분 수출주도형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철강, 정유화학, 자동차 등이 해당된다. 매크로 환경이 개선되고 주력상품 수요가 개선 될 수 있느냐가 포인트인데 긍정적이진 않다. 많은 회사들이 성장을 위한 투자비중을 높이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부터는 개별기업에 대한 질의응답(Q&A)이다.

      Q: 대기업들이 시설투자와 M&A와 같은 외형확장을 하면서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유치를 늘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본처럼 보이지만, 옵션이 부여돼있다면 사실상 부채와 같다는 지적이 있다.

      A: S&P도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RCPS(상환전환우선주), 영구채 같은 자본 성격의 자금조달을 많이 한다. 이것이 정말 자본의 성격을 갖추고 있는지, 아니면 회계상 자본이지만 크레딧 관점에서 볼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있고, 실제로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자본인정여부는 첫번째 후순위성, 두번째 만기의 영구성, 세번째 이자지급 유무인데 특히 만기가 걸린다. S&P의 기준은 만기가 20년 정도 돼야 자본으로 본다. FI 자금유치에서 풋옵션, 프리IPO, 드래그얼롱 및 태그얼롱으로 투자자가 권리를 지니는 경우가 있는데 실질을 보고 판단한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자본충족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런 거래일 경우 부채로 재분류 하고 있다.

      Q2: 해외투자자들은 국내 유통업에 대한 전망을 상당히 어둡게 보고 있다. S&P가 보는 국내 오프라인 및 온라인 유통업체의 전망은?

      A: 오프라인 유통망은 포화상태고 수요도 줄고 있다. 평가를 하고 있는 이마트는 할인점 매출이 최근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존 오프라인 채널은 수요가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은 바뀌고 있다. 구조적인 이유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쿠팡, 이마트 등 온라인투자가 늘고 있고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게 전반적인 트렌드이긴 하지만 문제는 온라인은 적자산업이고 경쟁이 심해 수익성회복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매출 자체는 늘 수 있겠지만 적자지속은 불가피해 수익성에 의미 있는 기여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Q: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1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러한 이유로 삼성전자가 배당확대를 줄이고 미래를 위한 자금을 비축할 것이란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A: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많이 떨어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작년에 워낙 좋아 기저효과가 있다. 최근 수요하락에 따른 판매가 하락으로 상반기에는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널도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고 배당이 꼭 줄 것이라고 보긴 조심스럽다. 삼성전자는 FCF(잉여현금흐름)를 배당으로 쓰겠다고 했는데 FCF는 영업현금창출 외에도 투자지출로 나가는 것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투자정책과 현금관리정책이 배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덧붙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이 이슈가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슈가 많다.

      A: 현대차 등급을 작년 하반기에 BBB+로 내렸다. 실적도 우하향이다. 작년에 워낙 안 좋아서 올해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중국 등 핵심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변수다. 현대차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소비자들의 SUV 수요에 대응이 늦었고 중국에선 로컬업체의 가성비를 앞세운 점유율 확대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느냐가 실적의 변수지만 환경 자체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 자동차 수요가 꺾이고 있고 올해 수요가 늘어날 지가 불확실하다. 미국 수요도 매크로 환경 불확실성으로 정체 또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전략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선투자해서 시장점유율을 확보 하느냐도 문제지만 인프라 구축 문제가 중요하다.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성공여부를 가를 것이다.

      Q: 주주행동주의 강화가 기업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A: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 크레딧 관점에서 보면 주주행동주의는 부정적이다.

      회사 자원은 한정적이다. 재무 자산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은 성장투자가 아니고 유출이기 때문에 채권자 관점에선 자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있다. 주주환원은 확실히 부정적이다.

      투자를 늘리는 것이 크레딧에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다. 기존 비즈니스 성장이 약해지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등급조치는 이들의 재무정책이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차입금 증가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신용도에 부정적이다. LG화학,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의 공통점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인데 모두 신용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Q: 전자 및 반도체기업들의 신용도 전망은?

      A: 삼성전자는 실적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신용도에 영향을 받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현금흐름 자체도 잉여현금이 많아서 신용도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은 오지 않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긍정적 전망을 부여했는데 이는 몇년간 재무구조가 개선된 결과다. 재무만 놓고 보면 BBB-인 등급이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상반기 실적에 따라 등급상향 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 순현금 포지션이지만 작년에 투자가 워낙 많았고 올해도 영업현금흐름보다 투자규모가 더 많다. 탄력적 투자계획 조정, 차입금 증가 관리 능력이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이 가장 큰 문제다. 계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적자 폭도 줄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의 글로벌 수요가 떨어지고 있어 단기간에 흑자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5G 신규 제품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 실적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텐데 올해 좋지 않다. 다만 가전사업부는 여전히 경쟁력이 좋고 수익성도 글로벌업체들과 비교해도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Q: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A: 수출기업에는 큰 영향 없겠지만 내수기반 기업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공기업들은 관련이 많다.

      한국전력은 저유가상황에서 2016년까지 신용도가 개선됐다. 발전원가 상승에도 원전가동률 저하, 신에너지 정책으로 가격에 반영이 안돼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고 차입금은 늘어났다. 정부 에너지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전력 생산원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판매가격에 어떻게 반영할 지가 불확실하다. 과거 쌓아놓은 체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하면 한전의 체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신사업자들에도 요금 인하 효과가 실적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SK텔레콤 등급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