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고집하는 CJ제일제당, 베인캐피탈도 삐걱?
입력 2019.04.05 07:00|수정 2019.04.09 09:24
    잇따른 FI와의 잡음, 조달비용 감축에만 집착한다는 지적
    식품사 EBITDA 마진율 한 자릿수…금융기관 조건 박해
    • CJ제일제당이 인수·합병(M&A)에선 통큰 베팅, 자금조달에 있어서는 비용 절감을 고집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JKL파트너스와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최근 다시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검토 중인데 베인캐피탈과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미묘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쉬완스컴퍼니 인수 과정에서 JKL파트너스를 섭외한 바 있다. JKL파트너스 에쿼티펀드가 쉬완스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듯했으나 이후 회수 조항 문제로 이견을 보이다 결국 결렬됐다. CJ제일제당은 쉬완스의 자체 인수금융(차입)과 지난 1월 발행한 회사채 일부로 M&A 자금을 우선 조달했고, 재차 '최적의 조건'을 제시할 FI를 찾아 왔다.

      이후 CJ제일제당이 새로 초청해 협상한 파트너가 베인캐피탈 크레딧(Credit)펀드다. 이 펀드는 1998년에 설립, 주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부동산, 부실채권(NPL), 메자닌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고금리채권 등 사모대출(Private Loan) 분야에 특화돼 있다. 크레딧펀드는 요구하는 수익률이 에쿼티펀드보다 낮아 비용절감을 중시해온 CJ제일제당과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여기서도 협상 과정 중 이견이 적지 않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 여러 FI 가운데 베인을 선택한 CJ제일제당은 협상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베인캐피탈은 글로벌 펀드라는 '자존심'이 강하다보니 순조롭지 않다는 언급들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 측이 일정 보장수익률을 제시해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베인캐피탈과 얘기를 해왔지만 다시 잡음이 나온다는 것은 결국 CJ제일제당이 '최적의 조건'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FI 유치에 있어 매우 까다롭다'라는 평판도 예상된다.

      이번 자금 유치를 놓고 몇차례 CJ제일제당이 구설수에 오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어쨌든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다보니 CJ를 찾는 FI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이유다. 당연히 CJ제일제당으로서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FI를 놓고 고심할 여유가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다음번 M&A 전까지만 자금을 조달하면 숨통이 트이는 만큼, 그때까지 조건이 더 좋은 FI를 물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PEF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의 경우 과거 금융기관에서 승인까지 받고도 다른 조달처를 물색한 전례도 있다"며 "지금까지 CJ그룹의 행보를 감안했을 때 CJ제일제당이 계약을 위반하는 게 아닌 선에서는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한 FI 물색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식품기업의 '낮은 사업마진율'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마진율이 좋은 산업은 금융기관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수월하다. 반면 식품 사업은 마진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CJ제일제당을 포함한 다수의 식품 기업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한 자릿수다.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EBITDA 마진율은 8%에 못미친다.

      즉 그만큼 마진이 낮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외부투자자를 모집할때 자금조달 조건을 박하게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시장에선 이 같은 행보가 자칫하다간 독이 될 수 있다고는 지적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도 하락이 이어지면 나중에 자금이 필요한 타이밍에 선뜻 나설 우군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 FI 입장에선 실사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 지속적인 거래 불발로 '들러리'가 될 경우 향후 CJ와의 거래를 꺼리게 되거나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은 "현재 FI를 포함해 다양한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는 게 당연한 선택이며 급하게 FI를 섭외하기보단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