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 가속 LG화학…전‧현직 CEO의 동거 둔 엇갈린 평가
입력 2019.04.05 07:00|수정 2019.04.08 09:16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 구조조정 키 잡아…정보전자가 시험대
    기존 박진수 부회장 이사회 의장으로 회사에 남아
    사내외 평가 엇갈려…'멘토 역할' vs. '책임소재 넘기기'
    • 수장이 바뀐 LG그룹이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그룹 주축인 LG화학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주력사업의 구조조정과 동시에 향후 M&A를 통한 미래 먹거리에도 재원을 투입했다.

      박진수‧신학철 전‧현직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 결정권이 분산된 점도 특징이다. 각 인사가 가진 장단점을 통해 시너지를 꾀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기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나누기 위한 인사란 평가도 나온다.

      최근 들어 LG그룹은 물론 SK 등 재계에서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의사결정 투명성을 높이려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 LG화학은 전‧현직 대표이사가 공존한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신학철 신임 대표이사(부회장)를 글로벌 소재사 3M에서 영입했다. 기존 박진수 대표이사 전 부회장은 현직에서 은퇴하게 됐다. 다만 박 전 부회장은 겸직 중이던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임기는 오는 2021년 초 까지다.

      LG그룹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올해까지는 주요 업무를 파악하거나 정보전자소재 쪽에서 신사업 구상 및 구조조정에 돌입할 분야를 찾는 데 집중하고, 기존 석유화학 사업엔 크게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도부터 실적에 따라 성과 평가(KPI)가 있을 수 있지만 올해는 CEO 평가에 실적을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내에선 신임 부회장의 역할로 정보전자소재본부의 정상화를 꼽는다. 석유화학 시황에 따라 급격한 이익변동을 겪어온 LG화학은 이를 완충할 수 있는 신사업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다만 적자가 쌓이며 회사의 아킬레스건으로도 꼽혔다.

    • 사내에서도 신 부회장 부임 이후 사업을 빠른 속도로 재편하는 중이다. 내부에선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에 재료사업부문을 합쳐 ‘첨단소재사업본부’로 재편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기초소재사업본부에 속해있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사업도 신설될 첨단소재사업본부로 이전될 예정이다. 동시에 사내 신사업을 이끌 임원급 인력에 대한 외부 영입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런 움직임과 발맞춰 M&A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글로벌 화학사 바스프 내 솔베이 EP사업부 인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매물은 바스프의 벨기에 솔베이 사업부 인수 과정에서 유럽연합(EU)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시정 조치에 따라 시장에 나왔다. 이에 따라 매각절차에도 일정 시한이 정해진 만큼 빠른 속도로 거래가 진행될 예정이다.

      동시에 LG화학은 OLED 소재 기술 인수와 함께 기존 LCD 분야 사업은 정리해 나가는 수순이다. 전방사업인 LCD 패널이 점차 OLED 패널로 교체되면 편광판 수요도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글로벌 화학사 다우듀폰(이하 듀폰)이 보유한 OLED ‘솔루블(Soluble)’ 공정 기술(S-OLED) 인수를 사실상 마쳤다. 이미 지난해 말 이사회 결의를 마치고 최종 계약을 끝냈고, 추후 듀폰 측의 방한에 맞춰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수대금은 약 2000억원 수준이다. 동시에 LCD 편광판 중국사업 부문과 유리기판 사업은 매물로 내놓고 원매자를 물색 중이다.

      일각에서 신 부회장이 이처럼 사업재편에 매진하는 반면, 여전히 회사 매출 60%를 석유‧화학(기초소재사업본부)에선 박진수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일정정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화학은 박진수 전 대표이사 부임 시기 기초소재부문에 꾸준히 투자를 늘려왔다. 지난해에도 나프타분해시설(NCC) 등 석유화학분야에 약 2조70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오는 2021년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양하다. 적기에 맞춰 투자 결정을 내렸다는 의견과 함께 공급과잉을 가속화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전․현직 대표이사의 공존을 둔 사내외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현 신학철 부회장이 전통적 석유화학 산업과 연관이 없었던 인물인 만큼, 그동안 현장에서 경륜을 쌓은 전임회장이 일정정도 부족분을 채워줄 것이란 시각이다. 반면 석유화학 업황이 둔화될 경우, 실적 악화를 둔 현재 경영진의 책임을 덜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