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고메 손 뗀 하이난그룹…아시아나항공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19.04.10 07:00|수정 2019.04.12 09:54
    하이난, 게이트고메 인수 후 아시아나와 기내식 회사 합작
    하이난 구조조정 돌입, 게이트고메 투자유치 후 완전 매각
    껄끄러운 PEF 맞은 아시아나, 고속 BW도 상환 가능성 커져
    •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 Group)이 글로벌 기내식 업체 게이트고메(Gate Gourmet)를 매각했다. 게이트고메와 기내식 업체를 설립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사업 파트너가 우군에서 사모펀드(PEF)로 바뀌게 됐다. 계약 승계로 과거와 같은 ‘기내식 대란’이 불거지지는 않겠지만 PEF와 동행은 이전보다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하이난그룹과 손을 잡기로 한 ‘경영 판단’의 유효기간도 2년 남짓에 그치게 됐다.

      게이트그룹은 지난 3일(스위스 현지시간) 그룹 소유권 변동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하이난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게이트그룹 주식 전량을 홍콩 기반 PEF 운용사 RRJ캐피탈(RRJ Capital)에 매각했다. 하이난그룹이 게이트그룹을 인수한 지 약 3년만이다.

      하이난그룹은 지난 2016년 주요 주주 지분 인수 및 공개매수(Tender-offer)를 통해 게이트그룹 지분 전량을 확보했었다. 아시아 지역 내 시너지 확대를 명분으로 조단위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게이트고메와 기내식 합작법인(게이트고메코리아) 설립에 나섰다. 천억원대 자본금을 게이트고메와 아시아나항공이 6대 4 비율로 나눠 부담했다. 게이트고메코리아엔 30년간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할 권리를 줬다.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는 같은 해 하이난그룹(Gategroup Financial Services) 대상으로 16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정점에 있는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하이난그룹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 기내식 사업자인 LSG스카이셰프(독일 루프트한자와 합작사)는 제안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금호그룹은 고객의 불만, 불리한 지분구조, 사업적 시너지 효과 등 이유를 제시했지만 실제론 BW 투자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있다. 게이트고메코리아의 화재까지 겹치며 노밀(No Meal) 사태가 벌어졌다.

      하이난항공의 확장세는 아시아나항공과 합작 논의를 할 때부터 꺾이고 있었다.

      2017년까지는 미국 IT유통기업 잉그람마이크로,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 면세점 듀프리, 도이치뱅크 등 산업 불문 매머드급 M&A를 단행했다. 이후 중국 정부와 채권단의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외화 반출 제재, 경영진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며 인력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이 잇따랐다.

      게이트고메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이트고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작년 7월 싱가폴 국부펀드 테마섹과 RRJ캐피탈을 대상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EB는 5년 만기로 교환 시 게이트고메 지분 절반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 하이난그룹은 게이트고메 지분 전량을 RRJ캐피탈에 팔며 관계를 청산했다.

      기존의 기내식 공급 등 계약 조건은 변경 없이 유지돼 과거와 같은 기내식 대란 사태라 재현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미 설비 투자가 완료된 상황에서 계약 조건이 바뀌거나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이난그룹과 금호그룹과 연결 고리가 약해졌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금호그룹이 이전처럼 ‘동업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사업 파트너가 항공을 잘 아는 전략적투자자(SI)에서 이익 추구가 목적인 PEF로 바뀌었기 때문에 앞으로 협의할 때 껄끄러운 점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금호홀딩스의 BW 발행과 게이트고메코리아 설립은 두 그룹의 ‘경영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중국 정세의 급변 때문이든 금호그룹의 안목 부족이든 그 ‘경영 판단’은 2년 만에 유효성이 다하게 됐다.

      금호그룹 입장에선 앞으로는 대규모 BW 발행과 같은 요행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BW의 권리 행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상황이다.

      금호고속의 BW는 이율은 0%인 데다가 만기가 최대 20년에 달했다. 특혜는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는 데 유동성은 그 할아버지 회사가 얻는 기형적 거래였다. 박삼구 회장이 친분이 있던 ‘중국’ 회사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사모펀드로부터 이런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다.

      BW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됐다면 금호고속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주식을 내주고 무이자로 ‘쌈짓돈’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미 1년 만기(280억원), 2년 만기(280억원) 회차에선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지 않았다. 금호고속은 이를 모두 상환해야 했다. 회사는 올해 들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자금 마련에 분주했다.

      2037년 만기 도래하는 1040억원 규모 BW(2-3회차 350억원, 2-4회차 690억원) 역시 상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