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넥슨 M&A 인수금융 경쟁에 뛰어들까
입력 2019.04.10 07:00|수정 2019.04.09 18:25
    과거 밥캣 M&A 등 자본시장서 두각
    몇 년간 주춤했지만 작년부터 힘 실어
    産銀, 외화 필요한 대형 M&A서 유리
    넥슨 M&A 참여 관심이지만 고심 클 듯
    • 산업은행이 넥슨 M&A를 통해 과거 투자은행(IB) 명가로서의 이름을 되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동안 국내에선 경쟁을 자제해왔지만 외화가 필요한 초대형 거래인만큼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 산업은행의 외화 조달 능력이나 낮은 조달 금리가 국내 금융사들에 다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의 힘은 막강했다. 맨파워는 물론 외화 조달 능력, 낮은 조달 금리까지 다른 경쟁사들을 앞섰다. 조단위 M&A를 자문하고, 국내외 M&A에서의 자금 주선까지 두각을 나타냈다. 두산그룹의 밥캣 인수에선 29억달러, 휠라의 아쿠쉬네트 인수에선 5억달러 규모 인수금융을 주선하기도 했다.

      2013년 민영화 중단 이후엔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움직임이 줄었다. M&A 자문은 내부의 관리기업에 국한됐다. 인수금융 부문에서도 과거엔 대표 주관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면 점차 뒤에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몇 년간 몸을 사리느라 약해진 네트워크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자금 수요처와 접점을 찾기 위한 시장 조사도 진행했다.

      올해는 기업금융부문 안에 ‘네트워크금융단’을 신설했다. 기존 자본시장부문 안에 있던 인수금융과 신디케이션 업무가 상당부분 옮겨 왔다. 기업금융의 RM 조직을 활용해 투자 기회를 최대한 많이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은행이 넥슨 M&A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넥슨 M&A 본입찰은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일본 상장사 넥슨이 거래 핵심으로 공개매수조항(Tender-offer)이 적용된다면 거래 규모가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후보들은 저마다 인수구조를 짜고 금융회사들로부터 출자확약(LOC)을 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수금융 규모가 최대 7조~8조원에 육박하고, 구조에 따라 외화도 많이 필요할 수 있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든,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든 국내 거의 모든 금융사들이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달 금리가 낮고 외화 조달 능력도 앞서는 산업은행이 참여하기에 적합한 거래다. 이동걸 회장이 강조하는 ‘글로벌’ ‘자본시장 육성’ 등 테마와도 잘 맞는다. 네트워크금융단엔 주요 후보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경쟁자들도 산업은행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우리 기업의 대형 크로스보더 M&A는 점점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성사되지 않았지만 산업은행은 작년 대웅제약의 헤일로파마 M&A에서 인수 자문은 물론 자금 주선을 검토했다. 모멘티브 M&A 역시 산업은행이 참여했다면 인수금융 조달 과정에서 잡음이 나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앞으로도 대규모 외화가 필요한 거래라면 국내 금융사가 산업은행보다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넥슨 M&A가 향후 산업은행이 펼칠 전략의 척도가 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산업은행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민은 다른 금융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래 규모, 절차의 불확실성, 향후 실적 전망 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주력하던 산업군도 아니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텐더오퍼가 적용된다면 거래 규모가 너무 커져 거래에 참여하기 위험해진다”며 “제조업이 아닌 데다 한 IP(지적재산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