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스캔들’로 시끄럽지만…‘마리화나 ETF’는 잘 나가네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9.04.11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2017년 마리화나 ETF 캐나다에 상장
대마 합법화 논란 이후 주가 치솟아
미래에셋이 2011년 인수한 호라이즌 '히트'

마리화나 ETF

‘버닝썬’ 사태에서 시작된 마약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금융투자업계는 관련 투자에서 수익성을 보고 있다. 의료용 마리화나(대마) 및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등에 따른 관련투자가 다시 주목받는 추세다.

해당 투자는 세계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호재를 선반영하는 속성상 주가는 이미 많이 올랐지만 의료용은 물론, 기호용  대마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콘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가 세계 1위 마리화나 재배회사 캐노피그로스(Canopy Growth)에 4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마리화나 관련 주식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들을 담고 있는 마리화나 ETF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미국 연방법상 대마는 불법이지만 9개의 주에서는 기호용 대마 판매가 합법화됐다. 또 의료용 대마 사용 허용은 30개 주에 달한다. 캐나다의 경우 많은 논란 끝에 작년 10월부터 기호용 마리화나가 전면 합법화됐다. 논쟁은 지속되고 있지만 통증 억제나 뇌질환 치료 등을 위한 의료용 대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낮아지고 있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서 관련 투자에 앞서 있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정도가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투자에 가장 앞선 곳은 캐나다의 상장지수펀드 운용사인 '호라이즌'인데, 미래에셋이 지난 2011년 이 회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같은 해 미래에셋은 호주의 '베타쉐어즈', 그리고 지난해 미국의 ETF운용사 '글로벌 엑스'도 사들이면서 ETF 순자산을 3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렸다.

이 호라이즌은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70개가 넘는 ETF를 상장시킨 회사다. 눈에 띄는 건 이 회사가 2017년 4월 상장시킨 ‘호라이즌스 마리화나 생명과학 상장지수펀드(Horizons Marijuana Life Science ETF)’인데 최초의 마리화나 ETF였고, 이후 캐나다와 미국 증시에 상장한 마리화나 ETF는 5개로 늘었다. 토론토뿐만 아니라 영국런던과 미국 뉴욕 거래소에서도 마리화나 관련 ETF가 연이어 상장했다.

호라이즌 ETF는 대마초 재배 및 유통사인 캐노피그로스와 오로라 캐너비스, 대마초 성분을 활용한 처방의약품 개발사인 GW파마수티컬스 등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여기서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무려 50%에 육박한다. 북미에서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ETF 중 하나다.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하며 마리화나 ETF로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마리화나 ETF 주가

최근에는 ETF에 담는 종목도 늘리는 추세다. 호라이즌은 지난달 말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에 미국 마리화나 모든 주식을 기초자산대상으로 하는 ETF 승인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 전까지는 미국 마리화나 관련 일부 주식만 편입할 수 있었지만, 승인이 나면 미국 마리화나 주식 모두를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주면서(대차) 벌어들이는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 마리화나 ETF에 담은 종목들은 상장된 주식수가 많지 않고 대차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통상 ETF는 대차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데 마리화나 ETF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공매도 세력에 대차를 한다.

호라이즌 입장에선 ETF 판매 수수료에 대차수수료까지 두둑이 챙길 수 있으니 이만한 상품이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관련 투자 성과를 구가하고 있다. 해외 ETF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ETF 시장에 이미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 등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 똑같은 상품으로는 경쟁이 힘들다고 판단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차원에서 나온 전략적 상품이 마리화나 ETF로 알려진다. 그리고 이 상품이 미국, 캐나다 등에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해 8월 이후 ‘대박’이 났다.

국내 경쟁사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례로 국내 ETF 시장의 선두업체인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마리화나ETF는 탐나는 시장이지만 섣불리 접근하기에는 부담을 느낀다. 국내 시장에서도 ‘죄악주’라 불리는 KT&G, 게임주들의 연평균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을 상회하지만 마리화나 주식까지 손 된다는 여론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업계에선 오너가 있는 회사가 직접 진두지휘해서 나서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 금융사가 이런 ETF를 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마리화나주에 대한 관심도가 높이지고 있으나, 국내 운용사가 직접 나서서 관련 상품을 만드는 것에는 여론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라며 “삼성 같은 대기업 산하의 운용사들이 이런 사업에 뛰어들긴 힘들고 미래에셋운용처럼 오너가 이끄는 금융그룹에서나 가능한 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08일 07:0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