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하향여부 고민 중
김수정 기자 | superb@chosun.com | 2019.04.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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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안과 무관하게 복합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검토
자본시장 내 신뢰성 회복 문제 부각…조달 리스크 불가피
ABS 등 즉시상환 조건 발동 우려에 고심 깊어져
그렇다고 등급 유지 시 뒷감당에 대한 문제 제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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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에도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강등을 조심스럽게 예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년 동안 자구안을 이행하는데 실패하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된다며 강수를 둔 상태다. 하지만 신평사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자구안이 현재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데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장·단기신용등급을 놓고 고심 중이다. 지난달 22일 공시된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에 발표한 2018년 잠정실적 대비 하락 폭이 확대된 재무제표를 공시, 감사보고서상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신용등급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나흘 뒤인 지난달 26일 수정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적정' 의견을 표명했지만,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신평사들의 하향 검토 기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은 상태다.

신평사들이 자구안 실행 여부보다 당장의 유동성 위험 확대 수준과 조달 대응력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도 '신뢰성 저하'와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금호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대부분의 채권단이 부정적인 입장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란 평가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4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체결한 바 있다. 금호그룹은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금호사옥 매각 ▲항공기 선급금 반환 등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달된 자금이 주로 금융기관 차입금과 회사채 상환에 쓰였고, 대신 유동화차입금 비중은 더 증가했다. 실질적인 재무부담이 완화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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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성차입금 잔액은 2018년 말 별도기준 약 1조2000억원으로, 단기상환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태다. 원리금 분할상환 부담이 발생하는 금융리스 차입금과 주요 노선의 현금흐름이 담보로 제공되는 유동화차입금의 비중이 각각 36.3%, 44.9%로 유동성 대응력을 제약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을 포함한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담보로 내놓은 총수일가의 지분 가치가 작은 데다, 향후에도 그간의 과정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신평사들 역시 이미 만성화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담에 신용등급을 하락 쪽으로 내부 의견이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유동화차입금에 대한 트리거(Rating Trigger) 문제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BB+(투기등급) 이하로 하락할 경우 신탁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규자금 조달 등의 차입 다변화도 어려워진다. 유동성 관리와 개선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2018년 별도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조기지급 조건이 붙은 자금만 장기성차입금 2573억원으로 추산된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규모는 1조2474억원이다. 국내 신평사 중 한 곳이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 1조2000억여원이 넘는 ABS 등의 즉시상환 조건이 발동되는 셈이다.

신용등급은 각 신평사들이 내부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만, 일정 부분은 평가자의 정성적 요소가 반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았을 때의 뒷감당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확산되는 상황이라, 신평사가 보수적인 시각에서 칼을 빼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와 유동성 경색이 우려되는 가운데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하락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실행한 유동성 확충 방안을 뛰어넘는 신규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는 어려워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1일 16:1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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