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 Column]
아시아나항공 매각, 왜 결정됐고 누가 주도하나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 2019.04.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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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11일 결정…일부 관계자에게만 방침 통보
산은ㆍ금융위 요구에 어차피 '대안' 없는 상황
차라리 먼저 매각 검토하면 '매각과정' 통제권 확보
금호산업 보유한 사유재산 매각딜…채권단 개입 '범위' 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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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이 11일 저녁과 밤에 걸쳐 내부적으로 방침이 정해졌다. 이는 금호아시아나 그룹(회사) 차원이 아니라 '박삼구 회장 오너 일가', 그리고 이에 접근가능한 몇몇 인사들과 아시아나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만 공유된 내용이다. 12일 오전까지 관련사항이 일부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

당연히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이를 통보받지 못한 임원들이 대다수다. 산업은행도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매각 결정 사실을 통보받거나 협의 과정을 아직 거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오너 일가들이 매각 방침을 정하고 몇몇 주요 관계자에게만 방향을 알린 수준이다. 이로 인해 금호아시아나측도 "매각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정식논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오히려 앞으로 아시아나-산은 사이에서는 '퇴짜맞은 자구안'을 대신할 새로운 자구안을 마련해 전달하고, 이어 산은이 이를 재검토하는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거쳐가면서 '매각 이외에는 답이 없다'라는 결론으로 유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냉정히 사안을 따져보면 매각은 '예정된 상황'이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 대다수는 "매각 이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으로 감독당국과 산업은행이 몰아갔고 어차피 나올 것이 기정사실화된 매물"라는 컨센서스를 제시하고 있다.

진짜 중요한 관건은 따로 있다. ▲누가 매각과정을 주도할 것인가 ▲박삼구 회장 일가는 떠밀려서 경영권을 내놓은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인가.

◆산은, "밖에서 자금 구해와라. 그냥은 못 빌려준다"

최근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사태의 원인은 따져보면 단순하다. 신용도 하락 위험과 외부 자금조달 불가능성이 사안의 전부다.

적정의견을 받아왔던 아시아나 재무제표를 삼일회계법인이 깐깐히 따져보면서 감사의견 '한정'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신용등급 하락 위기를 촉발했고 시장성 자금조달로 근근히 운영되던 아시아나항공 자금줄을 아예 막을 수 있었다. 기존에 조달했던 시장성 차입금에 기한이익상실(EOD)로 회수가 들어갈 수 있을 상황. 더 큰 문제는 이 사태가 올 한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매년 감사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해결책도 정해져 있다. 은행이 아시아나에 대규모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빌려주든가, 아니면 아시아나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든가 해서 증자(Cash Injection)를 받는 방법이 전부다.

이에 박삼구 회장이 산업은행에 "5000억원만 빌려달라. 3년간 열심히 회사를 운영하겠다. 그때도 아시아나가 위험하면 경영권 매각하겠다"라고 제안했고 채권단, 정확히는 산업은행은 이를 거절했다.

여기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나서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3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선언하면서 못을 박았다. 이 코멘트가 아주 유효했는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참여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누려왔다고 평가받는 이른바 '유일한 호남기업에 대한 암묵적인 특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다. 대우건설 풋옵션으로 그룹이 쪼개지고 계열사 4곳이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이 들어갔어도 끝끝내 경영권을 찾아왔던 박삼구 회장의 재기신화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도 가능했다.

그렇다면 아시아나가 산은에 제시할 수 있는 '수정 자구안'은? '5000억원'이라는 금액을 줄이거나 '3년'이라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 외에는 없다. 하지만 그래서는 EOD를 회피할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아시아나에 원하는 바가 무엇이라는 신호를 이미 줬다. "충분한 규모의 사재출연이나 우량자산 매각을 통한 유상증자 등으로 '현금'을 메워 넣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코멘트가 그것.

◆지금 FI 유치? "은행만 좋은 일이에요"…대안 없는 박삼구 회장 일가

박삼구 회장 일가를 더 밀어붙여본들 이들이 더 내놓을 지분도 없고 금액도 얼마 안된다. 또 고작 1개월 더 연장해준 MOU기간에 무슨 자산을 팔아서 대규모 현금 마련도 어렵다. 남은 것은 '박 회장과 아시아나가 외부에서 돈을 유치해오라'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 보자면 3년도 못되는 기간을 위해 외부 투자자와 산은의 '간섭' 혹은 '경영개입'을 허용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류의 투자도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아시아나 경영권이 박 회장 일가에 종속된 상황에서는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

이미 증권계 혹은 독립계 사모펀드(PEF)일부가 아시아나항공과 접촉했거나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린 결론은 대동소이했다. "지금 아시아나에 증자로 참여하거나 자금을 대주면 고스란히 나중에 채권단 혹은 시장성 차입금 갚는데 쓰여버린다"는 것. 그렇다고 아시아나항공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서 대규모 배당을 받을 상황도 못된다. FI들로서는 지금의 아시아나에 돈을 대어본들 투자금 날려먹기 딱 좋은 상황으로 해석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행여 조건을 잘 맞춰 자금을 댄다고 해도 박삼구 회장 일가가 콜옵션 등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면 거래가 복잡해진다"라고 전망했다. 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건설 풋옵션 사태로 인해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심사 승인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은? "밖에서 구해봐라. 그래야 은행에서 빌려줄지 말지 생각해보겠다"라며 박삼구 회장 일가를 몰아붙이기는 했는데....박 회장 측이 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 그래서 시장 관계자들 컨센서스가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을 의도적으로 밀여붙인 것"이라고 모여졌다.

◆매각 과정에서 산은이 얼마만큼 개입가능?  

정부와 산은 모두 경영권 매각을 원하는 상황이 뻔하지만...'언제' 혹은 '어떻게' 매각하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일단 금융당국과 산은이 걱정할 부분은 아시아나 사태로 인해서 금융시장에 혼선이 오는 것. 그러잖아도 민감한 시기인데, 비록 동양그룹 사태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장성 차입금에서 부도가 터지고 혼선이 일어나면 그것만큼 골치아픈 일도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자금력이 충분한 새 주인이 나서서 아시아나에 증자를 단행하고, 이에 맞춰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게 최선이다. '한국 2대 항공사'의 새 주인이 어느 대기업이 되느냐는 별개 문제. 한마디로 당장은 "박삼구 회장 물러나고 아시아나에 돈이 들어가서 시끄러운 사태가 잠잠해진다"가 당면 목표다.

하지만 이를 목표로 하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 과정에 적극 개입할 명분과 수단이 충분한지가 애매하다.

아시아나가 과거 하이닉스나 대우조선해양처럼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지분을 갖추고 있거나 회사에 빌려준 돈이 엄청난 규모라면 가능하다. 최대주주 혹은 주채권은행 권한으로 "누구에게 팔고, 얼마에 팔고, 증자를 얼마나 하고" 등을 은행이 요구하고 매각을 이끌 권한이 있다.

그런데 아시아나는 시장성 부채가 문제이지 산은은 몇천억원의 돈을 빌려준 은행에 그친다. 그렇다고 매각이 어떻게 진행될지 강건너 불구경하기는 어렵겠지만, 매각 형태만 놓고보면 오히려 박삼구 회장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거래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 (코스피 상장사인 아시아나는 최근 주가급등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지분율은 ▲금호산업 33.47% ▲금호석유화학 11.98% 등에 나눠져있다. 표면상 박삼구 회장이 지배하는 금호산업 지분 33%를 팔면 경영권이 이전된다. 그리고 그 매각대금은 고스란히 박삼구 회장 일가에게 돌아갈 수 있다.

물론 경영권 매각만으로 지금 아시아나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증자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과거 저축은행 매각처럼 지금의 금호산업 지분만 찍어서 감자하고 그대로 두고 '증자'딜로서만 추진하는 방법도 없지는 않다. 혹은 아예 유상증자로 이번 경영권 매각 거래를 진행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밀어붙일 권한이 산업은행에게 있는지, 충분한 명분을 보유했는지가 애매하다. 개인 재산권을 완전히 침해하는 형태다. 아울러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것은 회사, 즉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권한이고 현재 박삼구 회장이 지배력을 갖고 있다. 명목상 증자를 결정할 주체인 회사가 대주주인 박 회장에게 해가 될 거래를 선뜻 결정할리 만무하다.

◆차라리 매각을 주도하면? 박삼구 회장 일가 얻을바 있을 수도

반면 박삼구 회장 일가 입장에서 본다면? 어차피 경영권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외부자본 유치 가능성을 따져봐도 탐탁지 않다. 그렇다면 아예 나중에 산은에 떠밀려서 매각을 진행하기보다 지금 먼저 매각을 결정하고 준비하면 33% 지분에 대한 매각과 프리미엄을 통한 현금 회수가 가능하다.

매각과정 전반에 대한 통제도 가능하다. 어쨌든 표면상 개인 재산을 처분하는 거래와 다름없다. 그러니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인수후보 가운데 어느 대기업을 아시아나의 새 주인으로 만들어줄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최대 매각가를 유도해 현금을 많이 받는 거래도 노릴 수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이 비록 담보로 제공된바 있지만 매각 후 현금으로 담보해소를 약속하면 그만이다.

한마디로 매각의 주도권을 쥘수가 있게 된다. 박삼구 회장 일가 입장에서만 냉정하게 따져볼때,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나는 판국인데 새 주인을 찾는 회사에 얼마나 증자가 잘 될지 따져보는 것은 박 회장 일가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내 재산'을 내가 파는데 '채권자'의 의견을 참고하고 '채무'를 제때 갚을 수만 있으면 그만이지, '누구에게 팔아라', '얼마에 팔아라'를 산은이 미주알고주알 간섭할 명분이 애매하다. 새 주인과 산업은행이 해결할 일이다.

그렇다면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매각과정까지 산은에 질질 끌려가느니, 과감히 지금 매각방침을 정하고 해당과정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박 회장 일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방편으로 '재기'를 노릴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주말 내부회의를 거치고 여러 검토를 거쳐 대응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은은 입김을 어디까지 발휘해야 하는지, 일단 물러나라고는 했는데 정말 박삼구 회장이 물러날때 어떻게 매각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난제로 풀이된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2일 16:2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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