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잣대로 봐야하는 삼성전자 위기설과 이재용 부회장 거취
이도현·한지웅 기자 | dohyun.lee@chosun.com | 2019.04.16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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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어닝쇼크로 삼성전자 위기설 고조
이 부회장 부재시 회사 경쟁력 제고 기회 놓칠 우려도
결국 이 부회장 상고심 앞두고 여론에 촉각
회사 좋은 일 하는 것까지 정치적 잣대로 들여다봐야

연초부터 삼성전자의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 스마트폰은 물론 믿었던 반도체마저 호황이 끝났다는 어두운 전망 때문인지 삼성전자의 위기,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위기로까지 번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삼성전자 위기설은 자연스레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와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의 상고심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최대 기업이 선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그로 인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고 그로 인해 한국 경제도 휘청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 편에 존재한다.

그 와중에 삼성전자는 국내 투자에서 일자리 창출과 고용확대, 미세먼지 저감 등 이른바 국민생활과 밀접한 이슈들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취지는 좋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삼성전자 관련 이슈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와 연계한 '정치적'인 해석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 삼성전자 위기설, 단기적 불확실성 확대 vs 턴어라운드 '시간문제'

삼성전자 위기설의 진위는 무엇일까.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였던 7조8000억원보다 크게 낮은 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디스플레이 역시 영업적자다.

2분기 들어 턴어라운드를 할 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반도체의 경우 D램 주문 증가와 같은 뚜렷한 수요 회복의 시그널은 없지만 최악의 국면을 통과해 1분기에 실적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최근 불거진 D램 불량 이슈가 판가 추가 하락의 구실로 작용해 D램의 지속적 가격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올 상반기까진 실적 개선이 불확실해 보인다는 지적에는 다들 공감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위기설은 다소 과장돼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반도체의 수요는 산업 구조상 앞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특히 D램의 경우 이미 선두업체, 즉 가격협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에 의해 사이클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수요 예측을 크게 틀렸다고 하더라도 공급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하면 업황 턴어라운드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이 같은 기대감 때문에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발표에도 주식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가 매수의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 '공백'이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은 없다?

삼성전자 위기설의 유효기간을 '올 상반기'로 국한시키면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와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을 심리 중인 대법원은 지난 2월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현재 핵심 쟁점을 두고 막바지 법리 검토에 분주하다. 이르면 이달 최종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최대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묵시적 청탁’을 했는지 여부다. 2심에서 이 부회장은 무죄를, 박 전 대통령은 유죄를 받았다.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 수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의 공백 가능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전문경영인들은 중요한 시점에서 결단을 내릴 수 없다’, ‘오너 경영인이 없으면 사실상 모든 사업 결정은 중단된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등의 논리다.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 선고와경영 복귀를 기대하는 쪽에선 이를 내세우며 '이 부회장 공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공론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50조원 규모의 전장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NXP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인수 추진에 대해 부인했지만, 시장에선 10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업 초대형 인수합병(M&A)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삼성전자는 대규모 M&A를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 '삼성그룹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말은 옛말로 평가받고 있고,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사실상 아노미 상태에 빠진 그룹의 모습이 이를 증명했다. 역대급 M&A 성사에 대한 '공로'와,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과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문경영인에게 돌리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 중국의 굴기, 삼성전자의 한국 경제 비중 등을 언급하며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라는 공식을 만드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 상반기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때가 묘하게 맞아떨어진 시점”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부재가 당장 삼성전자의 사업적, 재무적 경쟁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냉정한 의견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디어라운드테이블에서 기자의 질문에 과거 하만 인수를 사례로 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이 이슈가 (삼성전자의)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정부 눈높이 '딱' 맞춘 삼성전자…정치적 해석의 여지도

이 와중에 삼성전자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과 밀접한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우선 고용 창출과 채용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8월 중장기 투자 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4대 신성장 동력 사업부문에 2020년까지 3년 동안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채용 규모는 최소 1만명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계획한대로 내년까지 4만명의 채용은 다소 불투명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일자리가 크게 축소된 흐름을 보인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임직원 수를 크게 늘렸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수는 10만2359명으로 전년도 9만9036명보다 3296명가량 늘었다.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수가 1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12년 이후 7년만이다.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인력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을 본격화한 것도 대규모 고용 창출 효과로 이어졌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구에 적극 호응한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더 나아가 전문 인력 육성에도 나섰다. 최근 전국 10여개 대학과 향후 4년간 취업 연계 반도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22년까지 학교당 80여명의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을 선발해 현장 실무교육을 가미한 특수교육을 제공해 졸업과 동시에 전원 삼성전자 DS분야에 취업시킨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반도체 인력 확보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국내 우수 인재 선제적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밖에 국내외에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기도 하다.

미세먼지 문제에도 삼성전자가 나섰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올해 초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R&D(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요 관계사들이 문제 해결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가장 중요한 문제에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가 나섰으니 어떤 결과라도 내놓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거나 앞으로도 해결에 나서야할 사안들에 해당된다. 동시에 이에 대한 기여도가 증명된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더 나아가 삼성가(家)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기대할 수 있는 사안들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가(裁可)가 필요하다.

결국 삼성전자의 사업적 영향력, 그리고 삼성전자가 우리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유무형의 긍정적 효과들이 모두 한꺼번에 판단된다면? 결국 상고심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어쩌면 삼성전자의 바람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본인 입장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무죄를 받는 게 최선이고 설사 유죄를 받더라도 회사가 국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그 영향력을 좌우할 이 부회장의 존재감 등이 감형 형태로라도 이어진다면 최악의 결과는 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삼성전자라는 회사를 사업적 잣대' 혹은 '시장의 판단'으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회사의 위기와 경쟁력 강화 여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까지도 전부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과 이어져있다. 행여 그가 무죄를 받더라도 삼성전자 사내이사 재선임(올 10월26일 임기 만료) 여부는 국민연금과 함께 또 한번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관련돼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정치적 잣대로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투자자들 눈에는 삼성전자가 '오너 리스크'뿐만 아니라 '정치 리스크'에도 노출됐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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