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외국법인·해외 PEF는 못산다
입력 2019.04.16 07:00|수정 2019.04.18 09:41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즉시 M&A 추진"
    SK·한화·CJ·애경 등 주요 인수후보 부각
    항공사업법·항공안전법 외국인 투자자 항공사 지분 보유 제한
    해외 자금 운용하는 PEF도 면허 승인 어려울 듯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방침을 확정했다. 일찌감치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외국기업과 해외 사모펀드(PEF)의 인수 가능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수정 자구안에 ▲아시아나항공 M&A를 즉시 추진(구주매각+제 3자배정 유상증자+자회사 포함 매각) ▲박삼구 전 회장 및 박세창 사장 보유지분(금호고속,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 담보 제공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 없음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초 자구안을 제출하고,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이를 정면으로 비판했을 당시부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매각은 시장에서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 때문에 ▲과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SK그룹 ▲항공산업에 발을 들였던 한화그룹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물류 사업을 본격화한 CJ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후보 물망에 거론되고 있다. 매각 방침만 확정된터라 구체적인 움직임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물밑에서 다양한 검토작업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움직임과 달리 중국이나 여타 해외의 외국계 기업, 그리고 투자자금이 풍부한 해외 PEF의 인수전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현행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은 해외법인의 국내 항공사 운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 국내선 또는 국제선의 항공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항공사업법 제 9조'는 '항공안전법 제 10조 1항'에 해당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 국내(또는 국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외국 정부 및 외국 공공단체 ▲외국 법인 또는 단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개인과 법인은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국적인 조에밀리리(CHO EMILY LEE;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도 항공안전법에 따라 진에어가 면허취소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국에 기반한 기업이 국내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항공운송면허를 확보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이 인수할 경우엔 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자금을 받은 PEF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펀드에 출자한 기관(LP)들이 해외 법인일 경우 면허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 PEF들은 물론이고 국내 대형 PEF 운용사들도 수조원대 펀드 결성을 위해 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출자를 받는다. 이들 역시 보유한 펀드 가운데 외국 LP들이 출자한 펀드로서는 아시아나항공 투자가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PEF가 항공사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로케이항공(에어로K)은 올해 초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신규로 취득했다. 에어로K의 최대주주는 특수목적법인(SPC)이지만, SPC의 최대주주는 이민주 회장이 설립한 에이티넘파트너스(지분율 40%)다. 에어로K는 2017년부터 신규면허 취득을 도전했으나,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 2년여 간 지연됐고, 최근에 들어서 외국계 자금을 해소하는 등 자금 출처 증빙을 완료 한 후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할 수 있는 덩치 큰 PEF는 몇 되지 않는데, 순수 국내 자본으로만 구성된 펀드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PEF가 대기업과 연합해 FI 역할을 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해외 PEF와 달리 국내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PEF들은 대기업 후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상태다. PEF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있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딜"이라고 평가 했다.

      실제로 일부 국내 PEF들의 아시아나항공 투자에 대한 물밑 작업도 진행됐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된 지난해부터다.

      국내 대형 PEF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할 목적으로 해외 기관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기관들 사이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심리가 심각하게 경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제 투자까지는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근엔 중소형 PEF들을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를 위해 연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작업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수정 자구안에 대한 산업은행의 최종 확인 절차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자금지원 여부와 구체적인 방식도 결정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성격에 따라 딜 주도권의 향방 및 거래 규모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