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은 KCGI, 대한항공은 외국인…투자자 전선(戰線) 넓어진 한진그룹
입력 2019.04.17 07:00|수정 2019.04.18 09:43
    외국인 투자자, 한진칼 '팔고' 대한항공 '사고'
    한진칼 비정상 주가흐름, 오너리스크 '부각'
    대한항공 '사업적 영역'에 초점
    공세 이어가는 KCGI, 공고해진 우호세력
    목소리 커진 대한항공 주주들…外人 유입에 "눈높이 높여야"
    •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한진칼은 KCGI와 진짜 싸움을 앞두고 있다. KCGI가 한진칼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진칼 주식을 팔고 대한항공 주식을 사들였다. 한진그룹의 대대적 쇄신을 요구하는 KCGI와 대한항공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국인 주주 사이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오너일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진칼을 떠났다. 지난해 8월 약 13%에 달했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3%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한진칼 주식을 팔아 치우는 동안, 한진그룹의 경영참여를 선언한 KCGI는 지분율을 13.5%까지 높이며 명실상부한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자리잡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진칼 주식을 파는 데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과열하면서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에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한다는 평가다.

      배당확대와 지배구조 개편 등은 투자자들에 상당한 호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요 기관들이 한진칼 주식을 파는 것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제한되기 때문이란 평가도 있다. 국내 기관에 비해 해외 기관들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즉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의 경우 '오너 리스크'가 더 크게 부각된다.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기관들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기준이 일반적인 생각보다 상당히 엄격하다"며 "해외 기관들은 몇몇 국내 기업에 대해선 투자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을 정도로 지배구조와 오너리스크를 크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는 과정에서 KGCI가 해당 주식을 흡수해 지분율을 높였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외국인들의 지분을 KCGI가 흡수했다는 것은, 향후 KCGI의 목소리가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일례로 올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이사의 선임 안건은 찬성(회사)측 65%, 반대측 35%를 기록했다. KCGI의 지분율은 13.5%에 불과했지만, 지분율 기준 20%가 넘는 투자자들이 KCGI측에 동조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이후, 외국인 지분율은 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그나마 조양호 회장의 우군이었던 일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기 투자를 고려하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더 사들인다면, 한진칼은 내년 주총 성패를 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 한진칼이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은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늘었다. 지난해 8월 16%였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현재 25%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오너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한 한진칼에 비해서 사업적인 영역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매각, 대규모 신규 항공기 도입이 일단락 돼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확인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선 고(故)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캐나다연기금(CPPIB)·플로리다연금(SBA Florida) 등 해외 주요기관들은 회사측 안건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대한항공의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개선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여지가 남아있다.

      아버지를 이어 일단 그룹 경영을 맡게 될 조원태 사장은 내년 한진칼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임기는 이듬해 종료된다. 한진칼 경영권, 즉 그룹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조원태 사장이 국내외 투자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