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힘 못쓰는 은행株…올 상반기가 터닝포인트
입력 2019.04.18 07:00|수정 2019.04.17 18:47
    국내 금융지주, 지난해 최고 실적 냈지만 주가 큰 폭↓
    모멘텀 부재·외국인 순매도에...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총력
    금리하락 우려 둔화와 저평가·고배당 매력 등 반등 가능성도
    • 지난해 금융지주가 최고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고전 중이다. 이에 금융지주는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미미하다. 다만 저평가에 따른 상승 여력과 글로벌·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상반기가 은행주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6~2017년 큰 폭 상승한 은행주가 지난해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업종 지수인 KRX은행업도 올 들어 2.8% 이상 하락했다. 국내 은행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 4대금융그룹 합산 순익이 역대 최초로 1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지난 한 해 하나금융(-27.2%), KB금융(-26.65%), 신한지주(-19.83%) 등의 금융지주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은행주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도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0.42배를 기록했다. 주가가 해당 금융사 전체 자산가치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이 0.63배, KB금융이 0.51배, 하나금융이 0.47배 수준이다.

      이에 은행장들은 최근 주가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행보를 보이고 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 초 지주사 전환 후 두 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달 취임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취임 직후 하나금융 주식 4000주를 매입하며 주가부양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행장들의 자사주 매입당일에도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하락하는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은행주가 반등을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근본적 이유로는 주가를 끌어올릴 모멘텀의 부재가 꼽힌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에 이렇다 할 긍정적 요소가 없다는 평가다.

      은행주는 금리 상승기 수혜주로 꼽히지만 경기둔화 우려로 올해 기준금리 상승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간 글로벌하게 시장금리 상승을 주도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은행이 당국의 규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1년새 큰 폭의 주가하락에는 외국인들이 국내 은행주를 1조원 가량 순매도한 영향도 크다. 지난달에는 외국인투자가가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를 각각 2055억원, 480억원 순매도 했다. 이에 최근 금융지주들은 해외IR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달과 내달 해외 대형기관투자자 투자 유치를 위한 해외IR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주가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가 은행주의 반등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라는 분석이다. 현재 은행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은 수준까지 내려와 있어 추가적인 주가 상승여력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주와 방향을 같이하는 금리가 안정적일 것이란 관측에 금리 인하로 인한 은행의 실적 타격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점이 크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이 ‘금리 유지’ 기조를 시사하면서 은행주는 일제히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은행들의 ‘통큰’ 배당도 주가 부양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다. 주가가 올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에서다. 은행주의 배당성향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KB금융 26.2%, 신한지주 24.0%, 우리금융 21.8%, 하나금융 19.4% 수준이다. 은행 별로 도입 시기는 다르겠지만 향후 배당성향을 30%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에 따른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은행주가 저평가된 주된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꼽히는 만큼 미 중 무역협상 진전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시장금리의 추세적인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고 여전히 비우호적 규제 등은 이어질 전망이라 향후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은행주 자체가 이익이 많이 나고 배당성향이 높아도 성장성 자체에 매력이 없다 보니 상승 모멘텀이 적다”며 “다만 최근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내려왔고, 올 상반기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이었던 시장금리 하락 둔화가 예상되면서 높은 배당과 낮은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으로 은행주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