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리스 많은 아시아나항공, 회계제도 변경에 두고두고 부담
입력 2019.04.22 07:00|수정 2019.04.23 09:29
    IFRS16 적용에 운용리스도 부채 계상
    부채비율 상승에 자금 조달 부담 커져
    비용 적고 항공기 남는 금융리스 주목
    리스 전환도 비용…인수자 부담 커질 듯
    •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새 '리스 회계제도'(IFRS 16 Leases) 도입으로 재무제표에 관련 자산과 부채를 모두 반영해야 한다. 부채비율 하락 효과가 사라진 운용리스 대신 ‘중고 항공기’가 남는 금융리스로 갈아타길 원할 수 있지만 기존 계약 해지나 새로운 금융 조달 등은 과제다.

      결국 경영권 매각에 따른 새 주인이 나타나더라도 인수 자금 외에도 지속적인 투자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 전망이다.

      리스 관련 새 회계기준(IFRS16, 기업회계기준서 제 1116호)은 2017년 5월 제정됐고 올해부터 적용된다. 리스 시 기존엔 리스료만 부채로 인식했다면 IFRS16 하에서는 ‘운용리스’ 내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자본은 그대로인데 리스 부채와 사용권 자산이 반영되다 보니 운용리스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은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항공기 중 60%가량을 운용리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리스부채는 운용리스 계약에 따라 지급할 총 임차료의 현재가치로 계상된다. 작년말 기준 '미래에 지급할' 리스료는 약 3조원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0%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채비율이 올라가면 자금조달 약정에 따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당장 오는 25일 만기 도래하는 600억원 규모 회사채에도 연결기준 부채비율 1000%이 트리거로 설정돼 있다. 작년말 부채비율은 649% 수준이고, 만기 전 1분기 재무제표가 공시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다.

    • 앞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는 더 부담스러워질 전망이다.

      IFRS16 도입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현금 창출이나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여지는 재무제표가 나빠졌다는 점은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 달갑지 않다. 기업 입장에선 이전 수준의 부채비율 준수 의무라도 여유가 줄었다고 느낄 것이고, 투자자들은 재무제표에 근거해 보다 강한 재무약정이나 유리한 투자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운용리스를 통해 회계상 부채를 반영하지 않는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에, 반사 효과로 금융리스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 운용리스가 초기 자금 부담은 적더라도, 전체 리스 비용 면에선 금융리스가 대체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금융리스는 리스자산의 소유에 따른 위험과 보상이 리스이용자에 이전되는 방식이다. 항공기 구입 시 초기에 10~20%의 자금을 대는 대신 일정 기간에 걸쳐 자금을 완납하면 소유권이 항공사에 이전된다. 단순히 빌리는 데 그치는 운용리스와 달리 계약기간 후 항공기가 남는다.

      한 금융사 항공기 리스 투자자는 “과거엔 부채가 재무제표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운용리스 방식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앞으론 그 효용이 줄게 될 것”이라며 “금융리스는 계약 기간 후 감가가 끝난 중고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고, 이를 저가항공사(LCC)에 팔아 이익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의 운용리스를 손바닥 뒤집듯 금융리스로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이 발생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돈만 1조원이 넘는다. 당장 돌아오는 몇백억원 단위 차입금 상환도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에 괜한 변수를 만들어 추가 부담을 질 수는 없다. 회계제도 변경은 올해부터 부담이지만 올해는 대응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 매각 작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연명 조치 이상을 채권단에 기대하긴 어렵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벌써부터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냉담한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이를 거둬가는 기관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시장에선 ‘매각 결정’ 자체는 호재로 보지 않는 셈이다.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손쉽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새 인수자는 운용리스 해지 비용, 금융리스 계약을 맺기 위한 초기 자금은 물론 전체적인 파이낸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나마도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상당히 올려줄 지원 여력이 있는 인수자인 경우에나 가능하다.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도가 낮고 자금력이 부족해 비용이 많이 드는 운용리스를 썼는데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인수자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면서도 “어지간한 기업이 인수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높이거나 리스 방식을 바꿔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