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도'만 높아지는 넥슨 M&A…불확실성 속 인수후보 설왕설래만
입력 2019.04.22 07:00|수정 2019.04.23 09:32
    매각 일정·구조 결정…인수 전략 따른 불확실성 여전
    공개매수 시 자금 소요 2배 이상…LOC 방식도 고민
    인수후보 평가는 무성하지만 흥행 가능성은 불투명
    넷마블에 디즈니까지 부상?…다시 텐센트에도 시선
    • 넥슨 M&A는 올해 최대 거래로 기대를 모았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매각자의 계획은 윤곽이 드러나는데 인수 전략에 따라 투자금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인수자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경쟁 구도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잦아지는 상황 역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넥슨 매각 본입찰은 내달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주, 두 주 미뤄진 끝에 최초 거론되던 일정보다 한 달 이상 늦어졌다. 매각 대상은 김정주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이다. NXC를 사면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 지분 47%를 확보하게 된다.

      애초 넥슨 M&A의 최대 관심사는 공개매수조항(Tender-offer)이 적용되느냐였다. 일본에선 30% 이상 지분을 인수할 경우 소액주주에도 동일한 매각 기회를 줘야 한다. NXC M&A의 실질은 넥슨 인수기 때문에 공개매수 대상에 해당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 경우 인수자의 자금 부담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매각자 측이 일본 증권거래소로부터 공개매수 대상이 아니라는 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도 NXC를 파는 쪽으로 정해졌다. 게임 외 사업은 김정주 회장이 떼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일정과 구조가 윤곽을 드러냈지만 인수후보들의 고심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인 넥슨 지분 47%의 시가만 해도 한화로 약 7조원에 달한다. 별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자면 부담이 더 커진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라도 단일 건에 수 조원을 지분(Equity)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의 경우처럼 주식 가치 절반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한다 쳐도 3조~4조원을 조달해야 한다. 금융사들은 중국 내 던전앤파이터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개매수 실행은 인수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당장 부담을 줄이자면 나온 매물만 인수하면 된다. 그러나 투자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면 NXC가 넥슨 잔여지분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는 NXC만 팔면 그만이지만 인수자는 어떤 것이 최적의 전략일지 계속 구상해야 한다”며 “넥슨을 상장 폐지한 후 게임사 가치산정이 후한 시장에 재상장하는 전략이라면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개매수를 진행하면 금융사들의 부담은 NXC 인수에 그칠 때보다 2배 이상 커지게 된다. 한꺼번에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할 지, 단계별로 나눠서 발급할 지 다양한 고민을 하는 분위기다.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주관사단 컨소시엄도 꾸려졌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KKR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주선을 맡는 식이다. 그 외 다수의 금융사들도 인수단 성격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넥슨 M&A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혀 가지만 흥행 성공, 나아가 매각 성공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매각 구조와 일정이 출렁이는 사이 인수후보들의 피로도가 쌓였다. 인수후보들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시장의 의문도 커지는 모습이다.

      베인캐피탈은 인수 의지가 상당히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팀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기업가치에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는 NXC에 쌓인 약 2조5000억원 규모 현금을 활용하는 그림을 그렸으나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는 LBO(차입매수) 방식이라 전략이 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초청받지 못했다던 넷마블은 한달여 전 본입찰 참여 권리를 얻은 분위기다. 이번 거래가 예상보다 부진한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선 공개매각 이전 방준혁 의장도 김정주 회장에게 인수를 둔 제의를 했지만, 터무니 없는 제안으로 김 회장이 얼굴을 붉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넷마블은 일찌감치 MBK파트너스와 연합 구도를 검토해왔지만 독자 입찰 권리가 생기면서 다양한 파트너와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엔 디즈니의 이름이 부상했다. 디즈니는 김정주 회장 측이 넥슨 공개 매각이 진행되기 전인 지난해에 개별적으로 접촉했던 기업 중 한 곳이다. 개별 협상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을 때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도 적극적 인수 의지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장의 눈은 돌고 돌아 텐센트로 쏠린다. 넥슨의 중국 의존도, 중국 정부의 규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텐센트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란 평가가 많았다.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의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거래에 관심을 가진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마케팅 포인트도 ‘텐센트와의 친분’이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라도 수 조원대 지분 투자를 승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거래의 향방은 누가 텐센트의 마음을 잡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