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반도체 M&A 변수로 떠오른 노조반발·고용보장
입력 2019.04.22 07:00|수정 2019.04.23 09:32
    노조, 中 매각시 강경 대응 '예고'
    구조조정·장비 이전 등 후폭풍 전망
    SK하이닉스도 인수 후보로 거론…가격 상승은 고민
    •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가격 외 요소들도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수의 중국 후보들이 입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그나칩 노동조합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반도체 업계 및 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매그나칩 노조는 최근 이시종 충청북도 도지사와 충청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회사 매각과 관련된 현안을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본입찰을 앞두고 복수의 중국계 기업이 입찰을 준비하면서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매각 대상은 회사 자산 중 청주 공장(Fab 4) 및 부지로 확정됐다. 해당 공장에선 8인치(200mm) 파운드리 사업을 꾸리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경 후보들에 대한 자금증빙 등 절차를 마친 후 곧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SK하이닉스가 인수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로 알려진 곳은 전략적투자자(SI) 가운데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분야 3위권 업체인 대만의 UMC, 중국 SMIC 등이다. 재무적투자자(FI)로는 NXP의 RF(무선주파) 파워사업부를 인수했던 JAC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인수 후보들이 약 1700명 규모의 매그나칩 인력들에 대한 고용 승계 및 보장 등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국내 반도체업계의 체감은 다소 다르다. 비메모리 인력 확보 및 육성은 현재까지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사들의 고민거리로 꼽힌다. 오히려 인력에 대한 품귀현상까지 겪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중국업체로 매각이 될 경우 매그나칩의 설비를 중국 현지로 이전하는 방향을 고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IoT·빅데이터 등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생산설비 없이 설계만 담당하는 팹리스 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매그나칩을 인수하려는 중국업체 측에서 설비 일부는 중국으로 현지 이동후 처리하고, 나머지는 중고 장비로 거래하거나 판매하면서 생산설비를 쪼갤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매그나칩의 '중고 장비 목록'까지 판매자들 사이에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8인치(200mm) 설비는 그동안은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다가 고객군이 늘면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다. 8인치 설비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메모리반도체 보단 비메모리반도체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규 생산 물량도 당분간 구하기 힘든 데다,  중고 설비도 높은 값을 인정받기 때문.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사들은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사들에 물량을 발주하면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 똑같은 위치와 방식으로 설비를 배열해달라고 통보할 정도로 기술 추격에 혈안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노조 및 지역 정치권에선 SK하이닉스가 인수에 나서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비메모리 인력 확충 등 고민을 해결하고 매그나칩의 기존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이미 중국 우시로 이전을 결정한 만큼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적다. 기존 계약 물량을 승계하는 등 국내에서 일정 부분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매각측에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지급할지 여부가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았다. 매그나칩의 지난해 기준 시가총액은 3200억원, 영업이익은 약 900억원 수준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연초 매그나칩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매각 측인 미국계 PEF 등은 공개매각을 진행해 높은 가격을 유도하고 있지만, 반도체 호황이 다소 꺾이며 SK하이닉스도 재무여력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