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는 아시아나, ESG 개선으로 국민연금 PEF 투심 확보 가능?
입력 2019.04.24 07:00|수정 2019.04.25 10:00
    아시아나, ESG 취약으로 연금·해외 기관 외면받아와
    '오너리스크' 제거되고 투명 경영시 G 등급 상향 가능
    ESG 강조하는 국민연금 행보 주목...인수전 영향 관측도
    •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을 떠나게 되면 그 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발목을 잡아왔던 지배구조(G) 부문의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의 ESG 개선이 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아시아나를 향한 경색된 투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아시아나는 국내 ‘투 톱’ 항공사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에 외면 받아왔다. 주 원인으로는 취약한 ESG가 꼽힌다. 해외 기관들의 경우는 ESG 평가가 투자 결정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지배구조에 대한 사항을 유의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엔 박삼구 전 회장이 여자 승무원들을 행사에 강제로 동원하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사건으로 일부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아시아나를 투자심의위원회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해외 기관들이 얼마나 사회적 물의 등 ESG에 민감한 지 보여주는 일화다.

      국내 ESG 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지배구조(G) 부문에서 꾸준히 부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평가 결과가 공개되어 있는 2011년부터 B 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C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종합 ESG등급은 2011년부터 B+로 유지되다 지난해 B 이하로 강등됐다. ‘기내식 대란’의 원인이 된 협력사 이슈 등 사회(S) 부분의 부정적 평가가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번 매각으로 아시아나의 ESG가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주주가 변경되면 그룹 지배구조 전체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제왕적 경영의 ‘오너 리스크’ 등 아시아나의 고질적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면 ESG 개선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국내 대규모집단의 경우 지배구조 평가에 ‘총수일가 관련 특정 기업의 사익편취’ 등의 항목이 포함돼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G) 평가에 오너 리스크도 감점 요인이며, 기본적으로 이사회나 감사기구 내부거래 등 전체적인 지배구조 시스템을 평가하게 된다”며 “폐쇄성이 높은 아시아나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고 이사회나 감사기구 등 내부 경영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높이면 지배구조(G) 부분 등급이 올라갈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인 ESG등급 상향을 위해서는 E(환경), S(사회) 부문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부 경영에서 ‘사회책임경영’ 인식 자체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근로자 대우, 협력사 이슈 등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2년 내 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ESG 평가엔 성과뿐 아니라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매각 이후 어떤 식으로 개선이 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의 ESG 개선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아시아나를 향한 투심을 돌릴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책임투자 측면에서 ESG를 강조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영향이 당장 아시아나 인수전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에서 자금을 받은 PEF는 현행법상 아시아나 인수가 어렵다. 인수가 가능한 규모의 PEF는 일부 있지만, 순수 국내 자본만으로 구성된 펀드는 사실상 없다. 결국 PEF는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FI 역할로 참여하는 방법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관에서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PE들이 FI로 아시아나 인수에 도전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자금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블라인드 펀드와 프로젝트 펀드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연금의 도움이 필요할 전망이다. 블라인드 펀드에서 약 20% 정도만 하나의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천억 규모의 자금을 한번에 쓸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다만 아시아나의 ESG 변화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심을 돌릴 수 있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ESG가 국민연금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력하게 고려되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국민연금이 경쟁사인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 상태에서 아시아나 인수 지원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 투자에서 ESG를 고려하는 측면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해당 리스크(위험)들을 포트폴리오 운영에 어떻게 반영할건가 정도의 단계”라며 “국민연금의 아시아나에 대한 기존의 우려가 이번 매각으로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 점이 해소가 됐다고 적극적 투자를 고려하는 과정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 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