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눈덩이' 상속세가 촉발한 경영권 분쟁설…'불씨'는 여전
이재영 ·한지웅 기자 | leejy@chosun.com | 2019.05.14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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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담 늘어나는데 동원할 자산은 마땅치 않아
'솔루션' 세우느라 분주...공정위 '동일인 미지정' 배경
직책만 회장님 조원태 vs 조현아 경영복귀
경영권 분쟁 새 국면 평가…새 판에 눈독 들이는 FI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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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양보는 없다. 각자 몫을 챙기려니 상속세가 부담이다. 경영권을 위해선 지분을 취해야 하지만, 세금을 내려면 지분을 팔아야 한다. 누가 아버지의 뒤를 공식적으로 이을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 일가의 현 상황으로 파악된다.

'상속세'는 지금 한진그룹 일가의 움직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경영권 분쟁설은 현 단계에선 구체화하기 어렵지만, 결국 누구 지분을 얼마나, 어떻게 팔 것인가가 이슈인 상황에서 '불씨'는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 2000억 달하는 한진칼 지분 상속세 두고 '솔루션' 고민 중

10일 금융권 및 한진그룹 안팎의 시각을 종합하면 현재 조 회장 일가는 법무법인 광장 등과 몇몇 자문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상속세를 효율적으로 낼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한진칼 주가가 오르며 상속세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종가 기준 한진칼 지분 17.8%의 예상 상속세는 1911억원으로, 불과 한달 전보다 250억원 이상 부담이 늘었다. 상속세 부과 기준 주가는 상속일 전후 4달 평균 주가로 산출한다. 한진칼 주가가 오는 6월7일까지 4만원 안팎을 유지한다면, 총 상속세는 160억원이 더 불어난 207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한진칼 주가 및 지분 예상 상속세 추이

문제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3남매 등 유족의 개인 자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조 전 회장은 약사법 위반으로 1000억원 가까운 추징금을 부과받았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시가 40억원 상당의 구기동 단독주택과 평창동 자택 등이 압류된 상태다.

조원태 한진칼 대표 등 3남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식 자산은 대부분 한진칼에 몰려있는데, 이미 담보로 잡힌 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분의 담보대출여력은 150억원 안팎에 그친다. 상속세법상 상속 비율을 감안하면 현 주가 기준 이명희 전 이사장은 636억원, 3남매는 각각 425억원의 한진칼 지분 상속세를 부담해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 일가는 상속한 지분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매각해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칼 주가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1만원대 중반을 오갔지만 KCGI의 경영 참여 선언 이후 3만원대로 치고 올라왔고, 최근 4만원 이상으로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가족 내 이견이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다른 가족이 상속을 모두 포기해 맏아들인 조원태 대표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동일인 지정에 가족간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은 시나리오는 가족이 모두 상속비율대로 상속 후, 순서와 규모를 정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시점은 빨리 팔수록 유리하고, 규모는 적게 팔수록 한진칼 경영권 확보에 유리하다. 여기엔 기존 자산, 배당, 5년 분납 등 수많은 변수가 따르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느라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보는 게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비율대로 상속하면 이명희 전 이사장은 5.9%, 3남매는 각각 6.3% 안팎의 지분을 손에 쥐게 된다. 이명희 전 이사장이 상속을 포기하면 3남매가 각각 8.3% 안팎의 나눠 갖게 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상속세 이중 부담을 무릅쓰더라도 이 전 이사장이 지분을 상속, 의사 결정의 주도권을 쥐려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911억원의 상속세를 모두 상환하기 위해선 9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8.28%를 내다 팔아야 한다. 동일 비중으로 매각한다면 이 전 이사장은 3.2%, 3남매는 각각 4.4%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한진그룹 일가의 지분율이 16.5%로 축소되지만, 정석인하학원 등 기타 우호지분을 모두 합치면 20% 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

2대 주주인 KCGI의 지분율이 14.9%임을 감안하면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를 일시에 내더라도 당장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는 이뤄낼 수 있다. 물론 KCGI가 지분 추가 매집 의지를 비치고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 예상 상속세 및 상속 후 지분 추정

◆ 끊임없이 의심받는 조원태 회장 경영 능력…조현아 등판 가능성도

이런 '고민'이 거듭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가족간 지분 구조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의 '경영능력' 또는 '경영의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 탓에 '재벌그룹 2세' 답지 않은 소극적인 행보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한진그룹이 수세에 몰려있지만 재계에서 도움을 줄만한 또는 백기사 역할을 자처할 그룹이 사실상 없다는 게 주요 평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동안 대한항공의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준 것도 없을 뿐 아니라 임원들 사이에서도 최고경영진으로 확실히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 같은 의구심이 증폭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대외활동이 활발해 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에밀릴리조 전 전무의 경우,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사 경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관심에서는 다소 멀어져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의 "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 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이 오너일가 3남매의 그간의 관계를 방증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최근 들어 대외 행보가 활발해 졌고, 실제로도 그룹 경영 복귀를 도와달라는 부탁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며 "조원태 회장이 직책은 회장이지만 사실상 지분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도, 내부적으로 입지가 공고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의 향방을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정작 회사측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오너들 이슈에 대해 내무적인 대응은 커녕, 공식적인 응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전문경영인인 석태수 한진칼 사장의 조율능력에도 물음표가 제기된다.

한진그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절 밝힐 수 있는 코멘트나 입장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먹거리 찾아 한진그룹 찾는 재무적투자자(FI)들...매각 가능성도?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서 한진그룹에 자금을 대려는 재무적투자자(FI)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최근 한진그룹 고위 임원진들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사안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도 주요 논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PEF가 자금줄 역할을 한다면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오너일가가 서로 갈등을 겪는 상황이라면, 계열분리와 같은 상황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정부의 승인 문제, 사회적 여론 등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대형 PEF와 한진그룹이 접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비단 아시아나항공 인수뿐 아니라, PEF 측에서 오너일가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이 이제까지 외부투자자와 지분을 나눠 갖던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백기사 역할을 할 투자업계의 윤곽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에 국내 대형 PEF 운용사도 한진그룹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 한 바 있으나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상속세 납부가 눈앞에 있고, 향후 2대주주와의 지분율 경쟁을 위해선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대기자금이 넉넉한 PEF 입장에선, 오너일가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금을 대주고 보다 유리한 계약 조건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증권사가 '물주'로 나서 한진그룹 일가와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증권사가 지분을 매입해 상속세 재원을 대주는 대신, 추후 한진그룹 일가가 이를 되사오며 그 사이 시가 변동에 따른 손익은 모두 짊어지는 방식이다. 물론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이의 TRS 계약이 이슈가 됐던 상황에서 어떤 증권사가 평판 리스크를 감수하며 한진그룹에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예단하기 이르지만, 한진그룹 즉 대한항공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킨 오너일가 3남매 입장에선, 경영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2대주주의 경영권 위협은 이미 현실화 됐다. 오너일가 3남매가 각자 그룹 경영에 대한 의욕을 내려놓는다면, 상당한 재무적 이익을 볼 수 있는 현재 시점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한진그룹 일가는 조원태 한진칼 대표를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납부 기한인 오는 15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13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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