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BW 돌려막기'조차 어려워졌다
입력 2019.05.16 07:00|수정 2019.05.20 09:33
    ELB시장에서 자금 조달 해 온 두산건설
    신용도 하락·주가 부진에...신주인수권 가격은 '바닥'
    최후의 보루 ELB 막히면서 증자했지만..두산중공업 부담은↑
    • 두산건설이 시장성 자금 조달의 '마지막 보루'였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조차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가 부진과 신용등급 급락으로 인해 두산건설 BW의 투자 매력 자체가 바닥으로 떨어진 까닭이다.

      BW 발행까지 막히면 두산건설은 유상증자 외에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통로가 사라지게 된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건설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일반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2014년부터 주식연계증권(ELB)을 발행해 운영 자금을 조달해왔다. 2014년 2000억원, 2015년 1500억원 규모 공모 CB를 발행했다.

      2016년 법 개정으로 공모 분리형 BW 발행이 다시 가능해지자 종목을 BW로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6년 1500억원 규모 BW 공모 청약엔 3조3600억원의 청약 자금이 몰렸다. 흔치 않았던 대기업 계열사의 공모 BW였던만큼 시장에서 수요가 폭발적이었다.

      이후 두산건설은 매년 BW를 발행해 자금을 충당했다. 조달한 자금은 상당부분 기존에 발행한 ELB 조기상환 대응에 쓰였다. 2017년 3월엔 2015년 발행한 CB의 조기상환 대응을 위해 BW를 발행했고, 2018년 5월엔 2016년 발행한 BW의 조기상환 대응을 위해 BW를 발행하는 식이었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이를 'BW 돌려막기'라고 표현했다. 당시 한 기관투자가는 "조기상환 옵션을 통해 사실상 1년6개월~2년 만기의 회사채를 발행해 앞서 발행한 회사채를 상환하는 방식"이라며 "당장은 수요가 있지만 결국 주가가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의 BW 발행은 두산건설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발행이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였다.

      2016년 9월 이후 모처럼 주가가 4000원선으로 반등한 상황에서 남북경협 수혜와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1조8000억원이 넘는 청약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두산건설 BW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기대한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 BW라도 투자 결과가 좋아야 두산건설이 앞으로도 시장성 자금 조달을 지속할 수 있을 거란 목소리가 많았다.

      결국 우려가 현실화했다. 지난해 BW 발행 이후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에서 BB-로 두 단계나 떨어졌다. 주가도 급락을 거듭하며 1200원선까지 밀렸다.

      신주인수권증서의 가치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됐다.9개월 후 행사기한이 만료되는 2017년 발행 BW의 신주인수권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장당 1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300원대에 거래되던 증서였다. 지난해 발행 BW의 신주인수권 역시 거래가가 20원대로 뚝 떨어졌다.

      두산건설이 올해 또 BW를 발행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당장 금리 조건부터가 걸린다. 두산건설은 주식옵션인 신주인수권의 가치를 앞세워 지난 3년간 만기이자율 5.5~7% 조건으로 BW를 발행해왔다. 당시 동일 신용등급 일반회사채 기준수익률 대비 2~3% 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현재 두산건설이 속한 BB- 신용등급의 3년 만기 무담보 회사채의 기준수익률은 13%에 육박한다. 신주인수권의 가치를 고려해도 10% 안팎의 금리를 주지 않으면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거란 평가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신주인수권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투자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주식 옵션에 이전같은 매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BW 발행이 막히면 결국 두산건설의 운용자금 부담은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마무리된 두산건설 31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조달 금액의 95%인 3000억원을 책임졌다. 신용평가업계에선 두산건설의 지원주체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이 계속해서 떨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BW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주가나 사업 면에서도 호재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은 계속해서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