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황창규 회장 '복마전'에 말려든 한앤코 롯데카드 인수
현상경 기자 | hsk@chosun.com | 2019.05.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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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새노조 등 황창규 회장 수사 촉구 의혹중 하나
의혹 내용은 개연성 적어…롯데카드 노조 등이 활용
떨어진 인수후보 활용가능성…불안해지는 투자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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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한앤코)의 롯데카드 인수가 엉뚱하게 KT에서 '유탄'을 맞았다. 정권 교체 후 매번 예외 없던 KT 전ㆍ현직회장 수사 '재료' 중 하나로 계열사 M&A가 사용됐다.

돌발변수를 속으로 기뻐하며 딜이 깨지길 바라는 누군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해 이익 100억원 남기는 회사를 167억원에 경영권 팔라는 주장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은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KT노조 가운데 한 곳인 'KT새노조' , 그리고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이다. KT 새노조는 2011년에 설립됐고, 약탈경제반대행동은 과거 투기자본감시센터에 활동하던 이들이 2015년 7월에 정식 출범시켰다. KT 새노조의 前 위원장이 약탈경제반대행동 초대 공동대표를 맡기도 하는 등 양측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내용은 간단하다.

투자회사 한앤코가 2014년 어느 회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네이버 계열 온라인 검색광고 대행사 'NHN서치마케팅' 이다. 그리고 몇 년 운영해서 2016년에 KT에 팔았다. 이때 매각대금이 600억원이었다.

노조ㆍ시민단체 주장은 ▲이 회사, 원래 176억원짜리 회사다. 그런데 무려 600억원이나 주고 KT가 샀다. 그러니 황창규 회장ㆍKT가 불필요하게 회사 돈을 쓴 것이어서 '배임'이다 ▲이를 위해 KT내에서 황창규 회장과 임원들이 공모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이때 받은 매각대금으로 증여세 내야 하는데 안낸 것 같으니 조세포탈이다.

내용은 이게 전부인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판단도 아니다.

회사가 팔릴 당시 한 해 거둔 영업이익이 67억원이었다. 이듬해 장사로 번 이익이 100억원이다. 매출도 아니고, 영업이익이 100억원이 가까운 회사인데, 이 회사 경영권을 176억원에 파는 게 공정가치가 반영된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

정말 이렇게 팔았다면 '산 사람'(KT)이 아니라 오히려 '판 사람'(한앤코)이 배임 혐의를 받아야 한다. 좋은 회사를 헐값에 팔았다고.

증여세 포탈 관련. 현행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장제31조가 정의하는 증여대상(증여재산)은 '재산 또는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받은 경우' 혹은 ' 재산 또는 이익을 현저히 낮은(높은) 대가로 주고 이전받거나' 등이다.

근본적으로.... 증여세는 '개인' 이 재산이나 유산을 상속 또는 무상으로 받았을 때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이다. 이번 경우는 '법인'과 '법인' 사이에서 매각가격에 따라 진행된 거래다. 상속이나 증여와는 아예 무관한 사항이다.

관련된 세금은 '법인세'다. 한앤코는 이 건에 대해 2017년 초 신고기한 내에 투자수익 전액에 관한 세무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사실과 무관하게 노조ㆍ시민단체는 한앤코와 대표이사를 검찰 고발했다.

◆혼돈의 KT, 그리고 롯데카드 노조와 떨어진 인수후보의 셈법

사건의 진원지인 KT는 지금 혼돈의 도가니 상태다. 황창규 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KT 회장에 선임됐다. '포스코'와 'KT"는 공기업이 아니면서도 더 공기업처럼 취급받아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매번 회장이 바뀌고 한차례 '살풀이'를 해왔다. 다만 황 회장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후임 자리를 두고 그야말로 복마전이 진행 중이다.

참고기사 : 황창규 KT 회장, ‘레임덕’ 감수할테니 ‘명예로운 퇴진’ 열어달라?

게다가 이번 KT 회장 이슈는 과거보다 셈법이 복잡하다. 이른바 여야간 정치이슈로 불거졌는데, 야당 김성태 의원 자녀 채용비리ㆍ전임 이석채 KT회장 연루여부에 심지어 황교안 대표 자녀 취업 관련 사항까지 실타래가 엉켜있다. 검찰 칼끝의 진짜 목표가 어디인지가 관심사다.

이 과정에서 KT새노조는 지속적으로 검찰의 황창규 회장 신속수사를 요구해왔다. 그 차원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여러 성명을 냈다. 그 중 하나가 한앤코와 KT의 계열사 매각 거래건이다.

사실 그닥 합리적인 추론이 아닌데다 비중도 높지 않아 보이는데 마침 롯데카드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덥석 물어버렸다.

이제 '롯데'라는 멋진 브랜드를 떼야할지도 모를 롯데카드 임직원으로서는 매각 자체가 달갑지 않은 상황. 게다가 인수자가 사모펀드(PEF)라고 하니 반발이 있을 상황인데 내용의 경중과 상관없이 검찰조사 의혹이 불거졌다. 롯데카드 노조는 조합원 520여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한앤컴퍼니의 인수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KT새노조가 제공한 재료를 롯데카드 노조가 활용한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사모펀드 M&A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구조조정 우려', '파킹(Parking) 매각', '신용등급 하락 전망'이 추가 재료로 쓰였다. 공교롭게도 한앤코는 롯데그룹으로부터 가격도 다른 후보들보다 2000억원~4000억원 높게 썼지만 '임직원 고용보장'면에서도 최고점을 받아 선정됐는데 역으로 노조 공격을 받게 됐다. 사실 사모펀드가 앞으로 구조조정을 더 할지, 아니면 이미 OO카드가 있는 금융지주사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할지는 겪어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또 파킹성 거래의 경우. 이번 매각에 정말 이런 이면계약이 있다면 단순히 일개 사모펀드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 오너와 경영진이 현행법(공정거래법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

이러니 내부사정을 아는 당사자들은 그저 피곤할 따름이지만, 오히려 이 상황을 달가워 할만한 곳도 있다.

떨어진 인수후보 가운데 어딘가는 행여라도 한앤코의 롯데카드 인수가 실패라도 돌아가면 또다른 기회를 얻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롯데카드 노조로서는 판을 뒤엎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있을 '위로금'을 포함, 여러 협상을 위한 재료로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사실 의혹 최초 제기자인 KT새노조가 이번 의혹의 이런 '부수효과'까지 예상했을지도 궁금하다.

이번 해프닝이 투자업계에 주는 함의는 두 가지 정도로 꼽힌다. 사모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투자 환경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의혹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 늘 조심조심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15일 11:4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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