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은 KDB생명 매각 적기라는데…매각 불확실하다는 무디스
입력 2019.05.17 07:00|수정 2019.05.22 09:30
    이동걸 회장 KDB생명 연내 매각 추진 발표해
    신용평가사 매각 사실 인지 못하고 신용평가 진행
    무디스도 매각 '불확실' 판단…산은 지원 가능성에만 방점
    해외 신평사 평가 의뢰 놓고 해외 매각 아니냐는 시각도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갑작스런 하반기 KDB생명 매각 발언에 신용평가사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 하반기 자본조달을 위한 신용등급 평가가 이뤄지던 상황이었는데 뜬금없이 매각이 언급됐고 이 내용은 신평사들에게 공유되지 않았다. 보험금지급여력을 평가한 무디스는 매각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산업은행의 지속적인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신용평가를 하기도 했다.

      15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하반기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사들은 산업은행의 지속적인 지원 가능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이달 초 신용등급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동걸 회장이 직접 나서 하반기 매각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산은이 최대주주로 남아 지속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신용평가를 한 것이다.

      산은의 KDB생명 매각 진행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달 초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KDB생명을 연내에 매각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매각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 회장의 발언으로 KDB생명 연내 매각이 공식화 됐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당초 (KDB생명) 경영 정상화 기간을 2년으로 예상했지만 KDB생명이 빠르게 정상화됐다”라며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공개입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내용을 접한 신용평가사들은 당황해 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은의 지속적인 지원여력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평가했는데 갑작스런 이 회장의 매각 발표에 사내에서도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라며 “이달 부여한 신용등급에는 KDB생명 매각은 검토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보험지급여력평가를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은 “KDB생명 매각을 위해 무디스와 관계자들과 만나 KDB생명의 긍정적인 미래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디스는 산은의 지원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보험금지급능력평가등급을 신규 부여했다.

      무디스는 “KDB생명보험의 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의 동사에 대한 지원을 고려하여 독자신용도 대비 1등급 높게 신용등급이 평정되었다”라며 “한국산업은행의 지원은 KDB생명보험의 브랜드 가치, 자본 및 재무적 탄력성을 지지하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즉, 신용평가보고서에서 KDB생명 매각계획 발표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신용등급 평가에서 이 내용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언제 매각이 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 산은의 지속적인 신용등급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한 무디스 연구원은 “매각발표 등이 있으면 신용평가에 관련 내용이 고려대상이 되지만, KDB생명은 매각 자체가 너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산은의 지속적인 지원을 감안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무디스에 보험지급여력평가를 의뢰한 것 자체에대해서도 말들이 나온다.

      통상 국내 보험사들은 국제신용평가사에 보험지급여력평가를 의뢰하지 않는다. 보험지급여력평가를 받더라도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할 때에는 새롭게 채권발행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해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에 보험지급여력평가를 받는 경우는 이례적인 경우다”라며 “해외 매각을 염두에 두고 보험지급여력 평가를 받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밝힌 회사 실적이 턴어라운드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은 회사가 흑자로 턴어라운드 하면서 매각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지만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외에는 회사 사정이 나아진 것은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000억원 유상증자를 했지만 또다시 하반기 자본성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을 두고 산은의 경영능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자본확충으로 세금만 붓고 회사는 정상화가 안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결국은 국내에서 매수인을 찾지 못해 금호타이어처럼 해외매각에 나서는 것 아냐는 우려의 시각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에 대한 이동걸 회장의 생각을 밝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 회장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안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굳이 신용평가사와 내용을 공유할 부분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