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확보 '비상' 넷마블·카카오…넥슨 인수 국내 후보, 반전카드는?
입력 2019.05.23 07:00|수정 2019.05.24 10:12
    본입찰 일정, 일부 후보 자금 조달 문제로 연기
    넷마블, MBK 컨소 깨고 독자 인수 나섰지만
    금융기관 LOC 확보 애먹어…단독 입찰은 고수 할 듯
    독자 인수 자신한 카카오…자신감 근거 애매?
    • 최대 10조(兆)원이 거론되는 넥슨 인수를 둔 본입찰이 눈앞이지만 각 후보들의 행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유례없이 큰 거래 규모 탓에 자금조달이 가장 큰 고비로 꼽혀왔지만, 곧 가격을 써낼 시점까지도 재원 마련을 두고 뚜렷한 해법을 못 찾는 사례도 있다.

      특히 인수를 자신해온 국내 전략적투자자(SI) 넷마블과 카카오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거래 향방은 더 꼬이고 있다. 막바지 PEF 후보와 연합해 반전을 보일지, 결국 거래 흥행을 위한 카드였는지 여부가 관전거리로 꼽힌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단독으로 넥슨 인수에 참여하기로 한 넷마블은 본입찰일 직전까지 인수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금융권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타 후보들에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했거나 거래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탓에 우군 확보에 난항을 겪은 것. 일각에선 MBK파트너스를 제외한 새로운 PEF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본입찰까진 독자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업계에선 넷마블이 자체 보유한 약 3조원 가량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더해 자사주 및 투자지분 등 보유자산을 유동화 해 추가적으로 1조원 가량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4조원 가량을 외부 금융기관 혹은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차입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넷마블은 애초 알려진대로 MBK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인수전에 참여해 왔다. 다만 방준혁 의장 등 넷마블 경영진과 MBK파트너스간 인수 후 경영권 향방 등을 두고 평행선을 걸은 끝에 결국 잠정적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뒤늦게 독자적인 참여 자격을 확보했지만, 이미 거래 시점상 재원 마련부터 꼬였다는 평가다. 가까스로 자금조달을 마쳤더라도 짧은 시한 탓에 협상 과정에서 우호적인 조건을 얻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국내 후보 카카오의 움직임도 업계의 관심거리다. 여전히 특별한 FI 없이도 자체 자금과 인수할 회사 주식(NXC)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해결하겠다는 입장 정도만 고수하고 있다. 여러 거래를 함께해 온 한국투자증권이 일정 정도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던 글로벌 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협력이 점쳐졌지만 양측 모두 본입찰까진 독자 참여를 유지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인수금융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래규모가 큰 탓에 양 측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거래 초반부터 이번 M&A의 향방은 결국 원할한 자금 조달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권에서도 게임산업이란 특수성 탓에 유형 자산을 담보로 잡기도 어려운 만큼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여전히 중국과 던전앤파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넥슨의 고질적 한계도 끊임없이 거론돼 왔다. 실제 기존 15일로 예정됐던 본입찰일이 한 주가량 미뤄진 것도 매각 측 의사라기 보단 자금 조달을 미처 끝내지 못한 후보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던전앤파이터 매출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 혹은 일본에서만 나왔어도 깐깐이 검토할 것도 없이 인수 자금을 지원했을 것"이라며 "그나마 텐센트 도움을 받거나 중국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미국계 PEF들 정도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지금처럼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면 미국계 PEF도 환경변화에서 자유로울지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절차를 밟는 곳은 오히려 PEF들이다.

      MBK파트너스와 KKR 정도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KKR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주선을 맡는 식이다. 한 사모펀드 후보는 홍콩에서 나티시스로부터 20억달러(약 2조3600억원) 규모 LOC를 확보하는 등 해외서 자금조달도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취했던 베인캐피탈도 매각 측이 일본 금융청(FSA, Financial Services Agency)으로부터 공개매수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아온 이후 다시 거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정도 인수 후보 윤곽이 드러나면 조달 금리가 낮고 외화 조달 능력도 앞서는 산업은행이 참여하기에도 적합한 거래로 꼽힌다.

      일각에선 매도자인 김정주 회장 입장에서도 인수후보로 PEF를 오히려 선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소 잡음, 최대 매각금액’이 제1원칙으로 회자되는 거래인만큼 깔끔한 투자금 회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미 김 회장은 넥슨 매각과 동시에 해외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여기에 NXC가 보유한 가상화폐거래소, 스토케 등 비게임 부문을 떼 오는 방향으로 거래 구조를 확정지었다. 오랜기간 자문사 등을 통해 조세(Tax) 관련한 준비도 갖춘 만큼 언제든 국내를 뜰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다른 거래 관계자는 "넷마블의 경우 국내 2위 게임사가 1위 게임사를 인수한다는 문제를 두고 여론 혹은 규제기관에서 잡음이 나올 수 있지만, 글로벌 거래로 진행할 경우 사인과 동시에 깔끔이 거래를 끝낼 수 있다"라며 "김정주 회장이 매각 후 세금 문제 등을 공을 들여 해결해 놓은 만큼 PEF가 배척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자금 증빙 절차를 거치지 못해 넷마블·카카오 등 국내 전략적투자자(SI)들이 입찰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더라도, 추후에라도 PEF들과 컨소시엄을 맺고 인수를 마무리 짓는 방안도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주도권을 줄다리기 끝에 독자인수를 자신했던 만큼 협상력 측면에서 기존보다 더 큰 부분을 양보해야 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