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폭 클수록 '안전 자산' 대접받는 바이오주
입력 2019.05.24 07:00|수정 2019.05.27 10:35
    바이오 대형주 악재에도 '선별투자하면 돼'
    외부 변수로 변동성 커지자 자금 이동
    • "요새 바이오 회사는 적자 폭이 클수록 좋은 회사라는 말이 나옵니다. 연구개발(R&D) 비용을 그만큼 많이 쓰고 있을 확률이 크고, 개발을 열심히 할수록 '대박'이 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니까요. "(한 대형증권사 주식시장 담당 임원)

      초 고위험 자산으로 통하던 중소형 바이오 주식이 '안전자산' 대접을 받고 있다. 글로벌 디플레이션(경기침체)과 무역분쟁 촉발 가능성으로 변동성이 커지자 시중 자금들이 '가격이 덜 떨어질만한 자산'으로 몰리며 생긴 현상이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의 경우,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며 '바이오 쏠림'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로직스·코오롱티슈진 등의 대형 바이오주의 악재에도 불구 신규 상장주를 중심으로 '선별 투자하면 된다'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중소형주의 대표적인 지표로 꼽히는 코스닥 제약지수는 연초 8000포인트선에 머물다가 급등, 3월 중순 1만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차익실현, 약세장이 이어지며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조정폭은 10% 안팎으로 코스닥지수 변동폭과 비교해 선방하고 있다.

      같은 기간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6%, '인보사 사태'가 터진 코오롱티슈진은 76%, 어닝쇼크를 기록한 셀트리온은 연초 이후 4월 한때 19% 가까이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반응 차이는 더욱 커진다.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의 바이오 상승·하락장에선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부 대형주가 시장의 분위기를 이끌면 중소형주가 덩달아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소식에 코스닥 중소형 바이오주가 무너지기도 했다. 일부 바이오 공모주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이 때와는 달리 지금은 일종의 디커플링(개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달 새 다시 대두하고 있는 글로벌 디플레이션과 무역분쟁 심화 우려는 이런 편향성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인데다 국내 성장의 핵심축인 중간재 제조·가공·무역 부문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큰 적자를 내고 있는 혁신 신약 개발업체나, 이른바 '때가 덜 묻은' 신규 상장주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코스닥에 상장한 에이비엘바이오나 셀리버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불과 반년새 공모가 대비 100% 이상 주가가 올랐다. 한때 '장외 바이오 대장주'라고 불렸던 압타바이오도 심상치 않다. 내달 3일 일반공모 청약을 앞두고 공모희망가 밴드로 2만1000~2만5000원이 제시됐지만, 이미 장외가는 3만7000원을 향해 가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오 공모주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기술특례를 받아 상장한다. 이런 인증 과정이 '투자의 담보'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주가가 흔들려도 '기술력 있는 회사라는 인증'이 있으니 투자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약의 성과에 대한 해외 학회 발표 등 작은 이벤트도 대형 호재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바이오주는 무역분쟁이나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핵심 사업의 상업화 진도에 따라 움직이는 '이벤트드리븐' 성격의 주식"이라며 "요즘같은 외부 변수로 인한 변동성 장세에서 '안전자산'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건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