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우선매수권없이 롯데카드 인수참여…동상삼몽(同床三夢) 우려
입력 2019.05.24 07:00|수정 2019.05.23 18:06
    MBK, 고가 매각 우선...우리銀은 단순 FI로 참여
    경쟁자에 내부정보 유출 꺼리던 롯데...이사회서 견제?
    "세 주주 이해관계 서로 달라...생각지 못한 이슈 가능성"
    • 롯데카드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정해짐에 따라 향후 지배 및 경영구조에 시선이 모아진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MBK파트너스ㆍ우리금융그룹ㆍ롯데그룹이 어떤 모양으로 협력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우리금융은 롯데카드 지분에 대해 명시적인 우선매수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우리금융 측은 "아무런 형태의 우선매수권을 받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일단 MBK파트너스가 추후 롯데카드 매각에 나설 때 경쟁 구도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파견에서도 우리금융은 제외된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인수 후 지분 구조를 MBK파트너스 60%, 우리은행 20%, 롯데그룹 20%로 재편할 계획이다. 이때 롯데그룹은 이사 1명을 파견해 롯데카드의 경영에 협력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사를 파견하지 않고 순수한 재무적투자자(FI) 역할에 머무르기로 했다.

      롯데카드의 이사회는 현재 7명으로 구성돼있다. 김창권 대표를 비롯한 사내이사가 3명, 사외이사가 4명이다. 정관상 이사는 9명까지 선임할 수 있다.

      이전에 MBK파트너스가 인수했던 ING생명보험(현 오렌지라이프)의 사례를 참고하면 롯데카드의 이사회는 ▲전문 경영인 대표이사 1명 ▲롯데 측 이사 1명 ▲MBK파트너스측 기타비상무 이사 1~2명 ▲학계·법조계·금융업계에서 MBK파트너스가 선임한 사외이사 4명 안팎 정도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주요 당사자들의 목표는 각자 다르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를 '카드업계 킹 메이커'로 만들어 적절한 시기에, 비싸게 매각하는 게 지상 목표일 수밖에 없다. 지주의 출자 여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비은행 확대라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금융은 지분 20%를 확보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롯데그룹은 구조조정 및 준법 이슈를 최소화하며 질서있는 퇴장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런 목표의 차이가 자칫 '불협화음'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우리은행에게 추후 롯데카드 경영권 지분 매각시 우선매수권을 보장하지 않았다. 초기에 우선거절권(RoFR;Right of Fist Refusal)보다 구속력이 낮은 우선협상권(Rofo;Right of first offer) 정도가 논의됐지만, 실제로 협약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은행이 확보한 건 지분 20% 투자 권한과 롯데카드 인수금융 주관사 권한 정도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롯데카드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전에 미리 투자회수(exit)시 인수자를 정해둘 필요가 없었을 거란 분석이다. 금융지주간 경쟁구도를 형성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게 MBK파트너스에게 최선의 전략인 까닭이다. ING생명 매각 때에도 MBK파트너스는 지속적으로 KB금융지주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반복했다.

      물론 우리은행 입장에선 명목상 우선매수권은 없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을 일종의 '인계철선'으로 삼을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추후 다른 금융지주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우리은행의 지분 20%는 무시하기 어렵다.

      이사는 파견하지 않더라도 주요 주주 입장에서 롯데카드의 고객 자료 및 경영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고, 롯데카드의 전산 결제망을 이용해보는 등 여러가지 시너지를 시험해볼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이사회가 얼마나 우리은행에 호의적으로 상호 협력적 자세를 취해줄진 별개의 문제다.

      롯데그룹이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에 전면적인 협조 자세를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부터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롯데마트의 최대 경쟁자 중 하나인 홈플러스의 주인이라는 점에 대해 롯데그룹에서 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의 경쟁사인 우리카드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카드의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요소였다.

      최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앤컴퍼니가 소송 이슈에 휘말리자 롯데그룹은 결국 선택을 번복했다. 표면상 보여지는 결론은 어쨌든 리스크를 줄여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에서 빠르게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그룹의 최우선 이슈 해결 순위에 따라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다만 금융업과는 달리 유통업은 롯데그룹의 주력으로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롯데그룹에서 파견할 이사가 그룹의 권익을 지키는 견제자 역할을 할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다른 세 주주가 롯데카드라는 회사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관심"이라며 "MBK파트너스가 여러 공동투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롯데그룹과 공동 경영이라는 경험은 처음이니 여러 생각지 못한 이슈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