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채무 상환능력 도마 위로…채권단은 "문제없다"
입력 2019.05.27 07:00|수정 2019.05.28 09:34
    별도기준 작년 7500억 순손실…올 1분기에도 적자
    이자비용 감당 부담 계속 늘어나
    증권사들 위기상황 대비한 플랜 마련
    반면 주채권은행은 "문제없다" 입장
    • 두산중공업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만약의 상황을 가정한 대응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반면 채권단은 현재로선 "문제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를 보면 2019년3월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8500억원을, 우리은행으로부터 2300억원을 단기로 차입했다.장기차입금은 한국수출입은행, 아부다비 국립은행 등으로부터 1조원을 빌렸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부 자금만 2조원 이상이 들어갔다. 매달 사채 발행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차환하고 있다. 회사는 두산건설 보통주와 우선주, 보유한 토지와 건물 등 평가금액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이미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을 통해 단기적으론 차입금 대응에 문제가 없다"라며 "중장기적으론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문제는 차입금 규모가 꽤 큰 상황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 주력 사업에 직격탄이 됐다는 점이다.

      당장 국내외 수주물량은 급격히 줄었다. 2015년 7조5000억원 규모였던 신규수주 물량은 지난해 4조6000억원까지 떨어졌다. 2011년 이후 매년 5조원 이상을 기록하던 신규수주 물량이 4조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국내 원전 수주실적이 없다 보니 해외 수주 길도 막혔다. 회사에서는 복합발전소 등 대안을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원전사업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상황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개별기준 7250억원, 올해 1분기엔 3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계속된 적자에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란 평가다. 두산중공업은 임직원들에게 '순환 유급휴직'을 독려하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재무지표는 악화됐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돌아오는 차입금을 차환 발행을 통해 막겠다는 계획인데, 사업적·재무적 여파로 유효 신용등급이 최근 BBB로 떨어진 상황에서 계획대로 되기가 쉽지만은 않다. 두산중공업이 국내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최근에 밝힌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 규모는 2000억원 수준이다. 원전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발전 사업과 관련한 드러나지 않은 우발채무와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소송과 관련한 부담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렇게 살림은 빠듯한데 두산건설에 대한 자금이 계속 흘러 들어간다. 두산중공업의 자금지원 이후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분율은 기존 75%에서 90%까지 늘어났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금융기관들은 만약의 상황을 고려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시중에 풀린 채권 규모가 많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막혔을 경우,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이미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의 두산그룹 투자한도(익스포져)가 차있는 탓에 두산중공업의 자금조달 창구는 좁아진 상태다. 과거에 그나마 개인투자자들이 두산의 채권을 사들였다면, 최근엔 두산중공업의 채권을 취급하지 않는 리테일 창구도 늘어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내 한 은행 프라이빗뱅킹 창구에선 두산중공업 채권을 판매하지 않은지 2년 가까이 된다"며 "두산그룹을 상대로 자금을 출자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를 논의하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문제는 두산그룹 채권단도 두산중공업을 손 놓고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150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두산중공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눈치를 보느라 정작 유탄을 맞은 두산중공업 이슈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두산중공업 유동성 관련해선 전해 들은 바가 없다"며 "자체적으로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응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산업은행)가 대응책을 마련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도 산업은행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 두산중공업의 어려움은 주로 자회사인 두산건설의 영업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두산중공업은 최근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및 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 중으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영업현황 및 시장동향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면밀히 하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