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강등에 주가는 바닥…그룹 '간판'서 고민거리로 전락한 롯데쇼핑
입력 2019.05.28 07:00|수정 2019.05.29 09:29
    신용도 하락 후 주가 하락 거듭…바닥 확인 반복
    재무보단 사업안정성 리스크…투자자 신뢰 잃었단 지적
    신용등급은 주요평가 지표…그룹 내 위상에 부정적
    여전히 롯데 주력 사업이지만 장기적으론 미지수
    • 명실상부 롯데그룹 ‘간판’이었던 롯데쇼핑이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주가마저 바닥을 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산업 위험성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신용도 하락뿐만 아니라 주가에도 반영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주주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그룹 내 위상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달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롯데쇼핑의 유효 신용등급을 ‘AA’로 하향 조정하면서, 롯데쇼핑은 그룹 내 최고 신용등급 자리를 롯데케미칼(AA+)에 넘겨주게 됐다. 주가도 계속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달 21일에는 장중 10년래 최저치(16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투자심리가 예상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진단이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하락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가 마저 바닥을 갱신하면서 회사의 부담과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신용등급은 넓은 의미에서 계열사별 평가 지표가 될 수 있다. 신용등급은 해당 기업의 조달 금리나 금융시장 내 위상에 영향 미치게 돼 사업 성과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AA+에서 AA로 신용도가 떨어지면 보통 조달 금리가 10bp 차이가 난다고 했을 때 기업 입장에서 체감하는 조달 여건은 10bp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역사상 가장 강도 높게 내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 직원을 상대로 하는 성과평가 방식의 변경이나 점포 폐점 등 효율성 제고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허술하거나 느슨했던 부분들을 체계화해 체질 개선을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맞물려 이커머스 투자 확대에 대한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른 유통 경쟁사들의 대규모 투자 확대 움직임에 이커머스 확장에 대한 의지를 크게 드러냈지만, 최근엔 외형확대를 위한 투자보다는 내부 통합 등을 우선한 내실을 다지는 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적인 예로 전사적인 QR코드도 아직 통합이 안된 상태에서 이윤을 내지 못하는 외형 투자가 무모할 수 있다는 의견을 그룹 내부에서도 수긍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신용도 리스크가 부각된 아시아나항공 등의 몇몇 기업들은 차입 상환 능력 등 ‘재무안정성’에 포커스가 맞춰진 반면, 롯데쇼핑의 경우 ‘사업안정성’ 영향이 크다는 차이가 있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대규모 유형자산만 14조원으로 재무적 융통성은 우수한 편이다. 문제는 롯데쇼핑뿐만 아니라 내수부진에 따른 유통업황 전체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이익창출력 대비 차입부담 지표가 저하된 탓에 해결 방안 자체가 막막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애널리스트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공유하거나 방안을 도출하려는 등 실적부진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라며 “재무안전성이 문제라면 신용도 회복을 위한 해법을 찾기가 단순한데 업황의 불확실성이 원인이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아직까진 롯데쇼핑이 그룹 ‘주력’이긴 하지만, 향후 그룹 내 입지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통 부문에서 경쟁사로 분류되는 신세계그룹의 경우 ‘유통기업’이기 때문에 업황이 부진해도 유통이 ‘간판’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롯데그룹은 종합기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 전략에 대한 재검토를 꾸준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유통이 언제까지나 주력 사업일지는 미지수란 지적이다. 결국 롯데쇼핑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One of them)에 지나지 않다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마트가 수년간 부진한 데다 백화점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명품 비중도 경쟁사 대비 낮은 상황이라 롯데쇼핑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체질 개선 외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실적 및 신용도 회복을 위한 뚜렷한 방안이 없을수록 주주들의 투자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고민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