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우리ㆍ롯데카드 합병 포석?…우선매수권 없이 경영권 인수 가능
입력 2019.05.29 07:00|수정 2019.05.30 09:35
    우리금융 "단순 재무적 투자자"설명 불구, 시장은 궁금증
    수년뒤 '합병' 진행하면 롯데카드 지분 50%이상 확보가능
    MBKㆍ롯데는 합병신주로 엑시트…MBK 풋옵션도 가능한 구조
    • 우리금융이 우리카드-롯데카드를 합병해서 통합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우선매수권을 MBK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받을 필요도 없이 추후 롯데카드 1대 주주가 될 수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우리금융은 합병법인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MBK파트너스나 롯데그룹도 '합병 신주'를 받으면서 추후 수익률을 높인 투자금 회수(Exit)도 가능해지는 구조다.

      27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 같은 구도를 염두에 두고 이번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선 합병 후 잔여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방안은 이번 거래에서 시장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최대의 궁금증, 즉 "왜 우리금융(우리은행)이 우선매수권ㆍ이사회 파견도 없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는가"라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답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그리고 롯데카드 지분은 이번 매각으로 MBK파트너스 60%ㆍ우리은행 20%ㆍ롯데그룹 20% 형태로 지분이 분산된다.

      이 상황에서 추후 양사가 합병, 정확히는 우리카드가 롯데카드를 흡수합병하게 될 경우.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지분 + 롯데카드 지분 20%를 교환해 받는 합병신주를 추가로 받는다. 또 MBK파트너스나 롯데그룹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60%ㆍ20% 대신 우리카드ㆍ롯데카드 합병법인의 신주를 새로 받아갈 수 있다.

      지난 24일 롯데그룹과 MBK파트너스가 체결한 주식매맥계약(SPA)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 가격은 지분 100% 기준 약 1조7500억원이다. 주당순자산비율(PBR) 0.8배를 인정받았다. 동일한 PBR배수를 우리카드에 적용해 보면 우리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3700억원 (2019. 3월말 순자산 기준) 가량이다. 즉 양사 합병법인을 가정하면 통합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3조1000억원 수준 언저리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우리카드의 롯데카드 흡수합병시 우리금융(우리은행)이 기존 지분 + 합병신주를 합쳐서 약 53% 가량의 '합병법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롯데카드 지분 20%만 인수해도 합병을 하게 되면 '통합 카드사'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 1대 주주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3000억원 투자를 통해 우리카드-롯데카드 합병 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 MBK파트너스나 롯데그룹도 이점이 생긴다.

      현재로선 롯데카드 지분만 보유하는 주요 주주에 불과하다. 하지만 추후 양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업계 1위 신한카드에 뒤이어 업계 2~3위에 육박하는 '우리ㆍ롯데카드' 합병법인의 2대ㆍ3대 주주가 될 수 있다. 투자대상이 더 커지면서 투자금 회수 및 수익확대의 여유가 늘어난다. 무엇보다 우리금융을 통해 안정적인 엑시트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보유지분에 대한 풋옵션(Put option)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이익 확보를 위해 우리금융이 지분을 되사가도록 요청할 수 있다. 또 보유지분에 대해 다른 매수자가 있을 경우 먼저 우리금융에 인수 의사를 묻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롯데그룹사 물량 유지라는 인수자의 요구에 따라 지분 20%를 남기지만, 우리카드란 안정적인 전략적투자자(SI)가 있다는 점에서 추후 확실한 엑시트 통로가 마련된다.

      이렇게 3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다 보니 딜을 빠르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동력도 얻었다.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에서 잡음이 나면서 일정이 다소 밀린 감이 있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에서도 한앤컴퍼니의 대주주적격성을 검토한 바 문제가 없었지만, 10월까지 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우협 재선정이 이뤄지는 과정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M&A에서 우리금융이 MBK파트너스 등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받지 않고 또 이사회 파견 자리를 요구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포석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히려 우리금융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이사까지 파견하게 될 경우. 자칫 롯데카드의 실적이 연결재무제표로 올라올 수 있게 되기 때문. 아울러 자칫하면 '파킹(Parking)'거래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합병을 염두에 두고 순수하게 '재무적 투자자'로만 남게 되면 이런 논란을 모두 피해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이 충분한 재무적 여력을 확보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도 있게 된다.

      다만 합병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우리금융은 이런 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은 투자금융의 일환으로 롯데카드 지분 20%를 오로지 재무적투자자로서 참여한 것이고, 향후 MBK의 롯데카드 지분에 필요한 인수금융에 참여할 계획이다”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