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롯데카드 인수에 카드·종금 지주 편입 '속도'
입력 2019.05.29 07:00|수정 2019.05.30 09:32
    우리은행, 지분 출자한도 꽉 차...여력 확보해야
    인수와 맞물려 곧 카드·종금 지주 편입 진행할 듯
    지주 자금력 중요...은행 중간배당 가능성 커져
    • 롯데카드 지분 투자가 확정됨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추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은행의 자회사 출자한도가 이미 꽉 찬 상황이라 여력을 만들기 위해선 아직 은행의 자회사로 남아있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지주에 편입시켜야 하는 까닭이다.

      롯데카드 지분 인수ㆍ우리카드 등의 지주 편입ㆍ우리금융지주의 자금조달은 모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카드·종금 편입을 위한 밑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행법 제37조는 은행이 자기자본의 20% 이상 타법인에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별도기준 자본총계는 21조1000억여원이다. 자본상 출자한도는 4조2000억여원인 셈인데, 현재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자산 총계가 4조2000억여원이다. 한도가 꽉 찬 셈이다.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롯데카드 지분 인수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약 3000억원을 투입해 롯데카드 지분 20%를 확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선 확인실사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거래 최종 완료 전까지 출자 여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주 체제 완성과 우리은행의 출자여력 확보를 위해 현재 자회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지주의 자회사로 만드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적어도 6월부터는 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지주 출범 과정에서 지분 부담으로 인해 우리카드를 지주 자회사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으로 지주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카드·우리종금까지 지주로 이전하면 지주가 은행에 대가로 발행해줘야 할 신주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신주는 은행법상 6개월 내에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지주 주가에 물량부담(오버행) 이슈로 작용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지주 출범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인해 취득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2.7%를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을 통해 처분했다. 만약 우리은행이 우리카드·우리종금까지 지주에 현물출자했다면 올 상반기 내 매각했어야 할 지분은 10%가 훌쩍 넘을 수도 있었다.

      현재 우리카드의 장부가액은 1조2700억여원, 우리종금의 장부가액은 1400억여원이다. 두 회사를 지주로 이전하면 우리은행은 1조4000억여원의 출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남은 건 지주에 두 회사를 자회사로 가져올만한 여력이 있냐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우리카드의 경우 절반은 현금, 절반은 지주 신주를 지급하고, 우리종금은 전부 지주 신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지주에 현금 6000억원이 필요하고, 현 시가총액 기준 6% 안팎의 신주를 새로 발행해야 한다.

      우선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4월 발행을 결의한 후순위채가 내달 13일 전후로 발행될 예정이다. 사전 시장조사(테핑) 과정에서 발행 규모가 초기 3000억원에서 현재 2500억원정도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말 결산 이후 우리은행의 중간배당도 유력하다. 우리은행은 지주 전환 이전인 2015년 1700억여원, 2017년 700억여원을 중간배당한 전례가 있다. 지주에 자금이 필요한데다, 우리은행이 최근 2~3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만큼 상당한 규모의 중간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를 통해 우리카드 자회사화에 필요한 현금의 상당 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지배구조 추가 개편과 자산운용사·신탁사 인수만으로도 우리금융지주의 자금 스케쥴은 향후 1~2년간 상당히 빡빡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KDB생명 인수설에 대해 우리금융이 손사레를 치고 있는 건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지주는 당분간 자금 여력이 없고, 은행이 자회사로 들인다면 추후 또다시 지주 편입 부담이 생긴다. 또 KDB생명의 경우 추가 자본확충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는데, 은행이 자본을 많이 투자하면 할수록 지주 편입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게다가 바젤III 체제에서 은행금융지주의 보험사 지분투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출자액 전액에 25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 까닭이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은 8.4%,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1%로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지주 출범 당시 카드·종금 지주 편입도 가능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우리은행이 당기순이익 누적 등으로 자본을 확보해 출자한도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시한이 정해진 카드·종금 지주 편입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