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 집중 KB카드, 자체성장 언제까지 가능할까
입력 2019.05.30 07:00|수정 2019.05.31 09:29
    영업자산·충당금전 이익 3년새 급성장...업계 3위 공고화
    대신 자본비율 떨어지고 레버리지비율 치솟아
    카드업 내부성장에 대한 그룹·KB카드 내부 고민 커질듯
    • KB금융지주는 지난 1월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그렇다고 카드업 확장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 3년간 사세를 가장 많이 확장한 카드회사 중 하나가 KB국민카드다. KB캐피탈과 연계한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에 힘을 실으며 3위 카드사의 지위를 굳혔다.

      문제는 이런 성장이 '자본안정성'을 담보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불과 3년새 KB카드의 자기자본비율은 업계 평균보다 낮아졌고, 레버리지비율은 30%나 늘어나며 규제 한도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외형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이 아니라 성장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란 분석이다.

      KB카드는 지난 3년간 공격적으로 자산을 불려왔다. 2015년말 14조4000억원이던 영업자산은 지난해 말 18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2014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영업자산 증가율은 2017년 12.1%, 2018년엔 16.9%에 달했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이다.

    • 2011년 은행에서 막 분사됐을 때까지만해도 KB카드는 은행의 고객군에 사업의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었다. KB카드는 지금도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 20%의 1위 업체인데, 이는 대부분 은행의 영업력에 기반한 것이다.

      KB금융은 2015년 이후 KB카드를 KB캐피탈과 성장 전략을 공유하는 일종의 전략 공동체로 묶었다. KB카드가 할부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은행의 보호에서 벗어나 '자력갱생'을 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다.

      KB카드는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쌓고 있던 KB캐피탈과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내며 신차 할부금융 등 오토론 시장에서 자산을 불려나갔다. KB캐피탈의 상품기획 담당 임원과 KB카드의 전략영업 담당 임원을 맞교환 하는 등 여신계열사 간 전격적인 인적 교류를 단행하기도 했다.

      2015년 36억원이었던 KB카드의 할부금융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140억원으로 500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KB카드의 영업자산은 14조4700억원에서 18조73000억원으로 늘었다. 할부금융 부문이 성장에 상당부분 기여한 셈이다.

      카드사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POPP)은 2015년 6692억원에서 지난해 8492억원으로 27% 증가했다. 영업자산 대비 POPP 비율은 2016년 4.4%로 바닥을 찍고 지난해 4.8%로 반등했다. 전체 카드사 평균 POPP비율이 4.0%로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 이런 성장은 자본건전성을 발판 삼아 이뤄졌다.

      문제는 이렇게 영업자산이 급증하며 KB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16년 26.4%에서 지난해 20.3%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는 카드사 전체 평균보다 우수한 자본비율을 보이고 있었지만, 지난해 카드사 전체 평균 아래로 떨어졌다. 레버리지비율은 2016년 4배에서 지난해 말 5.2배로 뛰어올랐다. 레버리지규제비율(6배)에 바짝 다가섰다.

      POPP의 급성장에도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 역시 충당금 및 대손비용이 함께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KB카드의 별도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는 2015년 2.2%에서 지난해 1.5%로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KB금융이 지난 1월 내부 검토 끝에 롯데카드 예비입찰 참여를 포기한 데엔 이런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의 ROA는 1.0%, POPP비율은 4.5%로 KB카드보다 낮다. 레버리지비율은 5.8배로 영업자산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KB카드와 합치면 신용카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크게 올라가겠지만, 그 외 자본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매물로 나온 롯데 금융 3사 중 재무건전성 면에서 가장 우령한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만 참여했다.

      KB카드의 오가닉 그로스(Organic-growth)가 계속 이어지려면 결국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레버리지비율 상황에서 KB카드가 더 늘릴 수 있는 영업자산은 3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다만 자본확충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KB금융지주 입장에선 한정된 자본을 수익성이 떨어져가는 카드업에 배정하는 데 대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지금 KB카드의 성장모델이 지속가능하냐도 따져봐야 한다. KB카드의 할부금융 성장엔 KB캐피탈과 쌍용자동차의 합작회사인 SY오토캐피탈이 큰 몫을 했다. KB캐피탈이 자본 부족으로 미처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KB카드가 인수하며 자산을 대폭 늘린 것이다. KB카드가 사업을 확장한다고 중고차 할부금융쪽을 더 키운다면 KB캐피탈의 영업구역을 잠식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불가피하다.

      카드 본업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부 차원의 비우호적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 확장에 대한 KB금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룹 일각에서는 다시 카드를 은행과 합쳐 인하우스(in-house)로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KB카드 대표로 취임한 그룹 내 전략통 이동철 대표가 올해 무언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KB카드는 자산규모와 점유율 면에서 우리금융이나 하나금융만큼 롯데카드 인수가 목마르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여신금융업에 대한 그룹의 지원은 일단 캐피탈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라 KB카드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