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할후, 국민연금·소액주주들 8500억 부담해야
입력 2019.05.30 07:00|수정 2019.06.03 10:01
    대우조선 1.5兆 유동성 자금지원…중간지주 증자해 지원
    국민연금 1200억, 소액주주 3600억원에 우선 출자 의사
    "현대重 투자했더니 대우조선에 돈 넣는다?"…참여 미지수
    불참하면? 지분율 대거 희석…갑작스레 선택지 받은 주주들
    •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이후 이어질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의 다른 주주들도 대규모 자금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8500억원 가량으로 대우조선 증자대금의 60%에 달한다.

      이 부담을 지는 주체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들이다. 반면 최대주주가 되는 현대중공업지주의 부담은 최대 65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이를 통한 현대중공업의 분할 작업에서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뒤 또 다시 국민들의 자금을 동원한다는 비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칫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에 1200억원을 투입하는 데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증자에 참여하면 '대우조선 살리기에 국민연금 직접 투입'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반면 국민연금이 증자에 불참하게 될 경우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조차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 거래'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번 거래는 총 5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①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 현대중공업을 분할해 투자회사(조선통합법인)가 사업회사(현대중공업)를 100% 지배하는 방식.

      ② 산업은행 소유 대우조선해양 지분(55%)을 투자회사에 현물출자.

      - 산업은행은 현물출자 대가로 조선통합법인의 RCPS 및 보통주 신주를 받음

      ③ 현대중공업 '자신의 주주'를 대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실시.

      - 총 1조2500억원 규모. 현대중공업지주 약 4000억원 참여. 

      ④ 대우조선해양 조선통합법인을 대상으로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실시.

      - 총 1조5000억원 규모. 조선통합법인은 보유현금 및 주주배정 증자 유입자금 활용.

      ⑤ 대우조선해양 자금 부족 시 1조원 추가지원.

      - 한국산업은행 등 크레디트라인(Credit line) 선 인출 후 조선통합법인 2021년까지 지원의무 부담.

      특이한점은 ③, ④단계 부분이다. 즉 대우조선에 투입할 1조5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주주배정으로 먼저 증자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우조선에 투입할 돈을 마련한다.

    •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구조대로면 현대중공업지주가 출자하는 금액은 약 4000억원이다.

      남은 8500억원은 다른 주주들에게 배정된다. 현대중공업 2대주주인 국민연금(9.4%)은 약 1175억원, 단일 3대주주인 KCC는 850억원,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들 또한 약 3600억원을 출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해서 1조2500억원이 모이면 추가로 2500억원을 투입, 총 1조5000억원을 대우조선 증자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우조선해양 투입자금 1조5000억원은 ▲현대중공업 6500억원 ▲국민연금ㆍ소액주주등 8500억원으로 마련되는 구조다.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가 이 상황을 탐탁치 않게 여겨 빠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현대중공업 등을 지배할 통합 조선지주에 대한 지분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현대중공업의 추가부담은 없다. 현대중공업은 행여 주주배정 증자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는 일반공모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민연금이나 현대중공업의 다른 소액주주들은 전혀 의도치 않게(?) ▲대우조선해양 지원자금을 내놓거나 ▲현대중공업 지분율이 희석되거나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개선을 위한 추가 유상증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현대중공업 주주들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감내 해야 하는 상태다"고 했다.

      특히 약 1200억원의 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의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한 국민연금이 최악의 분식회계 사태가 벌어졌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자금을 투입하기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표면적으론 현대중공업 조선통합법인이 유상증자를 실시해 주식을 통합법인의 주식을 갖게 되지만, 증자 자금이 고스란히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자금으로 쓰이는 만큼 직접적인 자금지원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고, 한진그룹에서 시작해 나머지 그룹까지 주주권 행사 영역을 넓혀가려는 상황에서 특혜여부가 불거지고 과거 분식회계의 이력이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는 상당히 고민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08일 07:00 게재ㆍ5월29일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