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 사업부 인수 앞둔 LG화학의 고민…유럽연합 노동시간 준수?
입력 2019.05.31 07:00|수정 2019.06.03 17:36
    솔베이 보유 고객망, 특허, 원천기술 확보할 흔치않은 기회
    가동시간=수익성, 보수·정비 등 인력 가용 시간 중요한 사업
    인력·설비는 대부분 프랑스에…노무문제 두고 고심 중인 LG
    • LG화학이 글로벌 화학사 솔베이(SOLVAY)의 폴리아미드(PA; 나일론) 유럽 사업 인수를 두고 막바지 고심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손 꼽히는 특수 소재 업체가 보유한 원천기술과 고객망을 흡수할 흔치않은 기회이지만, 인수 후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 기반의 자산과 인력을 흡수하는 만큼, 노동시간 문제를 두고도 대책을 찾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와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LG화학의 인수전 완주 의지 자체는 여느때보다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거대 화학사간 M&A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출회한 매물인만큼 견실한 실적을 내는 사업인데다, 특허·인력·공정기술 확보 측면에서 흔치 않은 기회라는 평가다.

      특히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의 신규선임 이후 소재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PA사업이 포함된 EP사업본부를 첨단소재사업으로 이관한 점도 인수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업계에선 거래 금액으로 7000억~8000억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본입찰 참여를 결정한만큼 어느 정도 가격을 제시할 지가 남은 상황이다. 다만 LG화학이 가격 못지 않게 거래 초반부터 고심했던 문제는 인수후통합(PMI)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거래 대상이 되는 설비와 인력 등을 비롯한 자산 대부분은 아웃바운드(Outbound) 거래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거래로 꼽히는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다. 거래 대상인 PA설비의 경우 프랑스·폴란드·스페인 등에 분포돼 있다.

      인수 검토 초반부터 내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노무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문제가 화두지만, 이 분야의 원조격은 단연 유럽연합 국가들이다. 특히 설비 가동시간이 곧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석유화학업과 연관된 거래다. 인수 이후에도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계획 마련에 여전히 고심이 깊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인수 대상 자산이 가장 많이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는 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35시간으로 우리나라(40시간)와 유사하지만, 법정 연장근무 한도시간은 220시간으로 고정돼 있다. 최장 노동시간은 1일 10시간, 1주 48시간이고, 여기에 3개월(12주) 연속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44시간을 초과해서도 안 된다. 주당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무 시간 최대 12시간을 포함해 52시간으로 규정된 국내와도 차이가 있다.

      물론 그동안 현지법 하에서도 영업이익을 내오던 사업인만큼 핵심 인력들의 이탈과 노조의 반발 등 돌발변수만 차단하면 큰 걱정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미 LG전자와 ㈜LG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들여 오스트리아의 ZKW를 인수한 경험이 있다. 다만 ZKW 인수에선 준비기간만 3년이 걸릴 정도로 신중을 기했지만, 이번 거래는 올해 3분기까지 매각 기한이 정해져 있다보니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우려도 나온다.

      화학업계에선 인수 대상이 유럽 내 사업부로 제한된 만큼 LG화학이 인수 이후 활용방안을 어떻게 짤 지도 관전거리다. 이미 유럽지역을 제외한 솔베이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사업들은 글로벌 화학사 바스프(BASF)로의 매각이 확정됐다. LG화학이 유럽법인을 인수한 후 타 지역 진출을 꾀할 시 제약은 없는지, 인수로 확보할 특허와 인력 규모는 어느 수준인지 등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