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전문가?"…LG화학 전략컨설팅 나선 베인에 임직원들 '씁쓸'
입력 2019.06.04 07:00|수정 2019.06.05 09:20
    새 CEO 부임하며 베인앤컴퍼니 석유화학 관련 컨설팅 제공
    조직개편·M&A·전략마련 분주한 LG화학
    베인 석유화학 전문성? 이전 보고서 혹평받기도
    컨설팅 무용론 언급…결국 임원들 명분쌓기용 평가도
    • LG화학이 글로벌 전략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로부터 외부 컨설팅을 받았다.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새 수장을 맡으며 기존 사업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주력사업과 비주력사업을 나누는 구조조정을 병행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내부 임직원 사이에선 반발과 냉소 섞인 비판, 혹은 씁쓸함이 묻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의 '브랜드'만 활용하려는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는 지난해 말 부터 올해까지 LG화학에 대한 컨설팅 작업을 진행해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로 석유화학본부(이전 기초소재사업본부)의 향후 전략 방향에 대한 조언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베인앤컴퍼니가 전통적으로 글로벌 화학 기업들에 대한 수주 경험이 많고, 또 전문 인력을 많이 보유하다보니 낙점됐다”라고 설명했다. 베인앤컴퍼니 측은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관련한 확인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LG화학 내부에서 올 들어 기존 석유화학본부의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에 나선 점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LG화학은 그간 글로벌 화학사 '바스프(BASF)'를 벤치마킹해 화학분야 다각화에 공을 들여왔다. '그린바이오'(농수산물)·'레드바이오'(제약)·'화이트바이오'(친환경에너지) 등에 재원을 투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투자 대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왔다. 그 사이 경쟁사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본업에 집중해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등 두각을 드러내면서 임원진 사이에선 방향을 둔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연초에 단행된 내부 조직개편에도 베인앤컴퍼니가 조언을 줬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들도 있다. LG화학은 기존 기초소재사업본부 명칭을 석유화학사업본부로 명확히 했다. 석유화학사업에 포함됐던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사업부는 첨단소재사업본부로 이관했다. 현재 솔베이가 보유한 유럽지역 나일론 사업부 인수도 막바지 절차만 남겨두는 등 첨단소재사업본부에 대한 재편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 컨설팅을 두고 연관 부서 임직원 사이에선 반감이 적지 않다. 몇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우선 십여년 가까이 LG화학 내에서 석유화학 설비를 운영해온 회사 임직원 입장에서는 석유화학 사이클조차 직접 체감하지 못한 컨설팅 인력들이 회사의 전략에 개입하는 데 대한 불만감이 크다. 즉 컨설팅 주요 타깃이 석유화학 분야에 집중됐지만 내부에선 “우리보다 석유화학을 잘 아는 집단이 있을까”란 의문이 적지 않다는 것.

      또 전략컨설팅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 '사례'도 거론된다. 일례로 베인의 경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전에서 베인은 인수 이후 전략과 관련된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이에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은 빠른 시일 내 M&A를 마무리지어 고객망 확보에 나서려 했지만, 베인이 '인수 이후 미디어전략'이 좀 더 구체화돼야 한다 조언한 탓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또 베인은 아니지만 과거 LG전자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략컨설팅사 맥킨지의 조언을 듣고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등안시했다가 시장에서 뒤쳐진 사례는 여전히 컨설팅의 '저주' 사례로 언급된다.

      이에 더해 과연 베인앤컴퍼니가 석유화학 부문에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는가에 대한 의문도 거론된다. 이유는 석유화학업계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지난 2016년 베인앤컴퍼니가 석유화학협회에 의뢰 받아 작성한 '석유화학 컨설팅 보고서’ 때문이다.

      당시 베인은▲테레프탈산(TPA) ▲폴레스티렌(PS) ▲합성고무 ▲폴리염화비닐(PVC)을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추가 증설 대신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안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이들 두고 "대기업 석유화학사 어느 곳에도 타격이 없고, 정부는 생색낼 수 있는 네 가지 소재를 절묘하게 선정했다”라는 평가 일색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인이 선택한 네가지 부문 가운데 두 가지 소재(TPA·PS)는 대기업들이 고부가 투자를 하고 있어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생색낼 수 있고, 나머지 두 가지(합성고무·PVC) 제품이 공급 과잉인건 누구나 알던 이야기”란 박한 평가를 내놨었다.

      아울러 "결국 의뢰인인 석유화학협회 회원사인 대기업들이 하고 싶은 말을 베인이라는 브랜드로 포장해준 컨설팅안이 나왔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LG화학은 이 보고서대로 사업을 착착 진행했다. 당시 베인 내부에서도 "기업의 전략설정이 아닌 국가 산업의 구조조정을 컨설팅하는 업무는 사실 우리 본업은 아니었다"라는 '머쓱한' 자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LG화학 직원 사이에선 결국 CEO 보고용, 혹은 비주력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명분 쌓기용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베인앤컴퍼니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거론되는 셈이다.

      전략컨설팅에 대한 불만이 강해지면서 LG화학 임직원 사이에서는 “베인 직원들이 취득한 정보들을 토대로 경쟁사에 접촉하는 등 자신들의 커리어를 위한 포트폴리오 쌓는 데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제기된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기는 무리지만, 그간 전략 컨설팅사와 대기업 사이에서는 고질적으로 '비밀유지'와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됐었다. 또 석유화학 산업이 외부 전략 컨설팅과 거리를 둬왔던 만큼 회사 내 분위기는 더욱 보수적이란 이유도 있다.

      게다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으로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배터리사업부문에 대한 베인 직원들의 정보접근은 원천 차단된 점도 화제다. 이런 점 역시 내부 기술 유출에 대한 회사의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