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 청구 '사상 최대'지만...거래소는 심사 강화 '몸 사리기'
입력 2019.06.05 07:00|수정 2019.06.10 09:05
    지난 4월 28건 예심청구...2010년 이후 최대 수준
    증시회복·상장 경로 다양화 등 영향...기대감 높아졌으나
    잇따른 이슈에 거래소는 '조심'...질적 심사 강화 분위기
    • 기업공개(IPO)를 위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은 '사상 최대' 수준이지만 오히려 거래소는 질적 심화를 대폭 강화하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선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등 각종 이슈 등으로 부담을 느낀 거래소가 상장 심사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스팩 신규상장을 제외하고 28곳의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유가증권시장이 3곳, 코스닥 시장이 25곳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곳) 대비 2배 규모다. 한 달 기준으로는 2010년 3월 26건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 2016년, 2017년 4월 한 달 동안은 각각 17곳, 18곳 정도의 기업이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상장 시기를 조정한 기업들이 연초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상장에 나서면서 기업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보통 비상장법인의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 이후인 4월부터 예심청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영향도 크다. 또 코스닥 특례상장이 기술력이나 성장성뿐 아니라 사업모델 등 다양한 경로로 열리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기대하는 만큼의 기업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기업과 관련된 이슈가 쏟아지면서 거래소 또한 상장심사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폭발적인 예심청구과 대조적으로 심사 승인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달 간 증시에 신규 입성한 기업은 0곳이었다. 같은 기간 스팩을 제외한 신규 상장 심사 승인을 내 준 곳은 5곳에 그쳤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최근 상장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예전같으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기업들도 ‘우리도 한 번’ 자세로 상장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있지만, 계속되는 바이오 이슈나 상장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등 이슈가 누적되면서 기업을 검증하고 심사해야 하는 거래소는 부담을 느끼고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질적 심사가 대폭 강화되는 분위기란 평가다. 최근 거래소가 심사 과정에서 이전엔 문제삼지 않던 부분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코오롱티슈진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거래소의 질적 심사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래소가 질적 심사 시스템 보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건 최근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거래소는 최근 '업종별 상장심사' 체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해외 사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특히 해외의 질적 심사 요건과 체크리스트 분석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기술평가가 면제되는 테슬라 요건 상장 시에도 바이오 등 특정 산업의 경우 질적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가 별도로 기술성 평가를 의뢰하기로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거래소의 심사 강화와 더불어 증시 부진에  '반짝' 불붙은 IPO시장 활기가  이어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다시 불붙은 미국 무역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불안정성이 높아졌고, 국내에선  인보사 사태 등 시장에서 큰 이슈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상장 준비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상장예심이라는 문턱을 넘는 기업 수까지 줄어들면 시장이 침체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슈가 터지면 결국 심사 기관인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증 절차를 늘리고 점검 수준도  높여가는 것"이라며 "심사 절차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 수색을 당하는 등 실무 부서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