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경영권 분쟁 소송 노림수는?
최예빈 기자 | yb12@chosun.com | 2019.06.07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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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보고서 통해 한진칼 회사 업무·재산 파악 목적
법원 명령으로 주주총회 소집도 가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과 한진에 대해 조사할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기자들에게 “KCGI는 한진칼의 대주주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지 이틀만이다.

시장에선 KCGI의 소송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KCGI는 일단 업무와 재산 상태 조사가 목적일뿐 주주총회 소집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취해질 조치는 달라질 수 있다. '조원태 회장에 칼을 겨눈 KCGI가 실력 행사에 나섰다', '한진그룹과 공방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CGI는 조원태 '회장' 선임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퇴직금 지급의 적법성을 가려달라며 한진칼과 한진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KCGI 측은 조원태 회장 선임 과정에서 한진칼 정관 위배 사항이 의심된다고 주장한다. 4월24일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와 회장에 선임됐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한진칼이 같은 날 발표한 공시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적혀있을 뿐, 회장 선임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한진칼은 정관 34조를 통해 대표이사인 회장과 부회장 등의 선임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조 전 회장에게 400억원 규모의 퇴직급을 지급했고 위로금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들은 퇴직금과 위로금 지급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조 전 회장이 임원을 겸직한 회사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칼, ㈜한진, 한국공항, 진에어 등 5개 상장사와 비상장사인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등 총 9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먼저 검사인을 선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겠고 밝혔다. 회사 관계인 진술을 청취하거나 신청인의 제출서류 검토를 통해 검사인을 선정하는 요건 여부를 먼저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상법 제467조

이번 소송의 핵심은 상법 제467조다. 회사의 부정행위가 의심돼 KCGI측이 제시한 지적이 법원에서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검사인은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게 되고 신청인은 이를 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서울지방법원 관계자는 “검사인이 조사 보고서 원본을 법원에 제출하면 사본 한 부를 신청인에게 주고 다른 한 부는 대표이사에게 교부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즉 KCGI는 소송을 제기한 한진칼과 한진의 업무 내용과 재산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주주총회가 소집될 수도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칼과 한진의 업무와 재산상태 조사가 목적일 뿐, 주주총회 소집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 467조 3항에 의하면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법원이 대표이사에게 주주총회 소집을 명할 수 있다. 강 대표의 의사와 상관 없이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한진칼과 한진의 주총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주총이 열린다고 해도 조 회장 해임 안건은 특별 안건이라서 의결권의 66.7%를 넘겨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경영권 공격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KCGI에 대해 대주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했지만 이번 소송을 허투루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KCGI는 이 회사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한진칼 지분을 14.98%에서 15.98%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17.84%와 2%포인트 차도 나지 않는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05일 16:2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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