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연내 상장 물 건너 갔다...복잡해진 SK 계열분리
입력 2019.06.07 07:00|수정 2019.06.10 09:06
    라오스 정부,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재" 결론
    SK건설 연내 상장 멀어져...SK·SK디스커버리 고민↑
    SK·SK디스커버리·SK건설 얽힌 문제...PE 접촉 시작한 듯
    • 지난해 일어난 라오스댐 붕괴 사건이 독립적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인재(人災)로 판명나며  SK건설의 연내 상장이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SK건설의 상장이 미뤄지며 SK㈜와 SK디스커버리의 사촌간 계열 분리를 위한 방정식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5월 28일 라오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댐 붕괴사고의 원인이 "부실 시공과 미흡한 대처로 인한 인재”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같은 라오스 정부의 발표에 SK건설은 당일 입장문을 내면서 반박에 나섰다. SK건설은 해당 프로젝트의 주주(지분율 26%)이자 시공사로 참여했다.

      공방이 길어지면서 SK건설의 연내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고 보상 절차가 시작되면 상장의 발목을 잡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천재지변’이 아닌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재’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SK건설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지배구조 정리 방편으로 올해 SK건설을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라오스 댐 이슈가 일단락될 때까지는 상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의 주요주주는 SK㈜와 SK디스커버리(구 SK케미칼)이다. 두 회사는 올해 3월 말 기준 각각 44.48%(1569만여 주), 28.25%(997만여 주)의 SK건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SK디스커버리가 지난 2017년 12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두 회사 중 한 곳은 SK건설 지분을 2년 내인 올해 12월까지 처분해야 한다. 한 회사가 두 지주사의 지배권 아래 속할 수 없고, 공정거래법상 지배권이 없는 지주사는 해당 회사 지분을 5%보다 초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건설의 상장은 SK그룹과 SK디스커버리의 계열 분리를 위한 가장 유력한 방편으로 꼽혔다.  SK건설의 ‘연내 상장’ 카드를 제외하면 SK디스커버리는 해당 지분을 SK㈜에 매각하거나, 사모펀드(PE) 등 제3자를 섭외해 상장 전 투자(Pre-IPO) 방식 매각하는  까다로운 선택지만 남는다. 그 외에는 과징금을 물고 상장까지 기다리는 방법 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 내에서는 이미 SK바이오팜 상장을 올해 우선순위로 둔 것으로 전해진다”며 “SK그룹이 라오스댐 이슈가 일단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SK건설상장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SK건설의 연내 상장이 물 건너가면서  SK그룹의 계열분리 개편 방안을 두고 시장에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느 방법이든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라는 평이다.

      우선 SK디스커버리의 상황이 난처해졌다. 당초 SK디스커버리는 상장 공모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을 처분하려 했다. SK디스커버리에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위반을 명목으로 과징금이 부여되기까지는 이제 불과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비계열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보유 지분 중 23.25%를 처분해야 한다. SK㈜가 받아주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는 평가다. 이미 지배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추가 지분 매입에 대한 명분도 찾기 어렵다. 자칫 SK㈜ 이사회가 배임 이슈에 말려들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상장을 통해 계열분리를 완성하기로 한 것도 SK㈜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SK그룹과 SK디스커버리그룹은 SK건설을 SK그룹에 남겨두기로 합의했다. 상장이 무산된 지금 남은 방편은 두 가지다. 환금성이 없는 비상장사인 SK건설의 소수 지분을 받아줄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실제로 SK디스커버리는 일부 국내 PE와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PE가 소방수로 나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경우 해법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SK디스커버리는 후련하게 지분을 털고 나갈 수 있지만, FI는 SK㈜에 SK건설의 상장을 약속받아야 한다. 이번 라오스댐 사건 같은 천재지변으로 상장 일정이 꼬일 경우 자금 회수를 위한 매수청구권(풋옵션) 등을 확보할 필요성도 있다.

      SK㈜ 입장에선 계열분리된 SK디스커버리를 위해 이 같은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 사촌지간으로 그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SK디스커버리 대신 외부자가 2대 주주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감수해야 한다.  SK㈜와 SK디스커버리, FI,  SK건설 4자가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뒤섞이게 된다.

      SK건설이 상장할 수 있을 때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유예 신청을 통해 시간을 버는 방법도 여전히 유효하다.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보유 ▲지주회사의 비계열사 지분 5% 이상 보유 등 일부 행위제한 요건에 대해선 심사를 통해 2년을 더 유예해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 경우 SK건설 지분 처분 시한은 2021년 12월까지로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이를 활용한 전례도 있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 전환 후 연장 신청을 통해 2011년까지 SK증권 지분을 보유했다. 처분 시한에 몰리자 당시 지주 외 계열사인 SK C&C로 지분을 넘겨 행위제한 요건을 벗어났다.

      물론 4년이 넘도록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SK와 SK C&C 합병 후 다시 금융계열사인 SK증권을 보유하게 된 SK그룹은 2018년 29억원의 과징금과 1년 내 매각 명령을 부여받고 결국 SK증권 경영권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SK건설 측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상장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된 부분이 없으며, 상장 이슈는 라오스댐 사건과는 별개의 건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