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에 잊혀진 삼성물산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19.06.10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연일 매도세 이어가는 기관투자가들
지난 10년새 최저가…신저가 갱신 중
잔뜩 움츠린 삼성그룹, 내부 물량도 ‘뚝’
실적 줄었는데 바이오 자회사 이슈도 재점화

KakaoTalk_20190531_123024985

삼성물산의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 기대했던 합병의 시너지는 미미하고, 주력 사업의 실적도 예년만 못하자 기관투자가들은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내다 팔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앞두고 잔뜩 움츠린 삼성그룹의 내부 일감은 줄어들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문제가 점차 커지면서 삼성물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냉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당 15만원에 근접했던 삼성물산 주가는 현재 9만원대에 턱걸이한 상태다. 최근 3년은 물론이고 지난 10년간의 주가 추이를 고려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부터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투자신탁사, 보험사 등과 같은 큰손들은 수백억원 대 주식을 순매도했고, 같은 기간에 연기금들이 주식을 사들였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기관들이 내다 판 주식은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KakaoTalk_20190531_115843019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문제가 재점화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친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하락은 곧 최대주주(43%)인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하락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삼성바이오 이슈를 차치하고도,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주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삼성물산의 모든 부문을 따져봐도 이렇다 할 성장세가 보이는 사업이 사실상 없다”며 “지주회사격으로 위상이 높은 것도 아니고, 다른 지주회사와 비교해 배당주로서 주목받는 기업도 아니기 때문에 코스피 200에 포함돼 거래를 하고는 있지만 개별 종목으로 봤을 땐 매력도가 떨어지는 편이다”고 했다.

삼성물산의 올 1분기 재무제표에서 나타나듯 리조트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의 매출액이 전년과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의 실적 감소는 전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부문의 수주잔고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28조9000억원이던 수주잔고는 4분기 27조9000억원으로 줄었고, 올 1분기 수주잔고는 26조2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회사는 지난해 초 실적발표 당시 연간 ‘상저하고(上底下高)’의 수주상황을 예상해 발표했으나, 결국 목표치(신규수주 11조2000억원)에 미달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11조7000억원)를 지난해 보다 높게 잡았고, 올해도 역시 ‘상저하고’의 수주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KakaoTalk_20190531_115842827

일단 그룹 발 내부 일감이 크게 줄어든 것이 전반적인 수주 실적 하락에 원인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의 투자활동이 크게 늘어야 제조 계열사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지만, 아직 전자 계열사의 실질적인 투자활동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수주가 반짝 살아나는 듯하던 주택사업부문(래미안)은 다시 주춤하고, 오랫동안 쉬었던 민간투자사업 수주전에선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경쟁업체에 밀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삼성물산의 이렇다 할 민간투자사업 수주는 없었는데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한화건설 등은 수주잔고를 올리고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인력들을 대거 감축하면서 수주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고, 그룹 차원에서 내실을 강조하며 수주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앞두고 그룹 전반적인 투자활동이 멈춰 선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물산을 비롯한 제조계열사들의 내부 물량도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건설경기의 호황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바이오 계열사의 회계처리 이슈도 골칫거리다. 검찰은 과거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과 현재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핵심 인사들을 연이어 소환 조사하고, 일부는 구속했다.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 회계부정 문제의 본질은 삼성물산과 과거 제일모직의 합병과 맞닿아 있다. 검찰의 조사 결과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향후 삼성물산의 주가와 기업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03일 07:0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