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관전용 사모펀드 참여, 자금 출처 늘지만 경제력 집중 우려도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9.06.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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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편 시 경영참여형 PEF 기관전용 전환
LP군 좁은 현실…기관에 대기업도 포함될 듯
대기업 입김 무시 못해…재벌 강화 가능성도
대기업금융사 출자제한 등 최소 안전장치 남겨

사모펀드 제도가 개편되면 기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된다.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 전통적인 출자자(LP) 외에 일반 기업들도 기관투자자에 포함될 전망이다.

투자자군이 적은 국내 사정상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대기업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장하는 통로로 활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9월 대대적인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으로 나뉜 벽을 허물고,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3월 법안심사제1소위에 상정됐고, 이르면 6월 임시국회서 통과될 전망이다.

현행 사모펀드 투자자 분류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기관으로부터만 자금을 받는 펀드다. 운용사(GP)에 대한 검사·감독 권한이 있는 LP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하게 해 금융당국의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개인은 재간접펀드(Fund of Fund)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고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LP 역할을 한다. 관행이자 안전장치인 운용사 의무출자(GP Commitment)는 앞으로도 허용된다.

정부는 기관투자자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기로 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기관투자자 풀이 넓지 않다. 법으로 정하는 기관투자자는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회사 정도다. 이들 자금만 모아서는 운용사의 운신의 폭이 좁다 보니 현행처럼 일반 기업의 참여도 일정 부분 허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어느 기업에 기관투자자 지위를 부여하며, 기업의 투자 영역 확대를 어떻게 살피고 견제할 것이냐다.

정부는 기업의 규모를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을 정함에 있어 수치적 요소를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간의 투자 실적과 재무 부서의 역량 등 질적인 면도 고려되겠지만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벌 이슈’로 이어질까 경각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사모펀드 참여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난제였다. 특히 금융 영역에선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과 제도 도입을 추진한 재정경제부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대기업이 사모펀드를 활용해 다른 기업을 지배하고 직접적인 규제 부담을 피해갈 것이랑 우려도 이어졌다. 사모펀드의 의사 결정은 운용사 고유의 권한이지만 현실적으로 핵심 출자자의 입김을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LP의 GP에 대한 감독 능력’에 기대 도입된다. 기존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공적 성격이 강하고 투자 관리도 깐깐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어떤 목적을 가진’ 기업이 핵심 출자자라면 기존의 주요 LP들과 의사 합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행법상 기업의 사모펀드 출자를 문제 삼기 어렵다. 재경부는 제도 도입 당시 기업결합신고를 받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모펀드 형태를 조합이 아닌 회사로 정했지만 취지는 유명무실해졌다.

한 법무법인 사모펀드 담당 파트너 변호사는 “법상 비상장사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출자자(LP)에 대해선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었다”며 “제도 도입 초기에야 대기업이 출자 비율을 19.9%로 맞추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대기업이 출자자로 나선다고 문제되는 경우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규제의 벽이 낮아지기 전이지만 벌써부터 기업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운용사(GP)가 늘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블라인드펀드보다 투자처가 정해진 프로젝트펀드가 핵심 출자자의 영향력이 더 크다. 이미 대형화하고 LP 네트워크를 갖춘 몇몇 운용사를 제외하면 기업에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기업이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여유자금을 활용하려는 목적 정도는 기존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며 “기업이 프로젝트펀드 출자자로 참여해 투자 대상을 원금 수준에 사오거나 값이 비싸다면 매각해서 차익을 누리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모든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는 PEF 지분을 30%까지만 출자할 수 있다거나, 투자대상기업을 계열사로 취득하는 경우 5년 이내에 지분증권을 처분해야 한다는 등 자본시장법상 대기업 관련 규제는 앞으로도 유지된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06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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