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에 쏟아지는 저축은행 매물, 경기 침체·규제 강화 걸림돌
입력 2019.06.12 07:00|수정 2019.06.13 08:30
    매년 업계 최고 실적 갱신…저축은행 매물 쏟아져
    수위권 업체 금융지주 관심 가질만…PEF 자금도 충분
    경기 침체 직격탄 우려…잠재 인수 후보들도 부담
    대출 금리 인하·DSR 적용 등 규제 강화도 걸림돌
    • 호실적을 등에 업은 저축은행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매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경기 하강국면이 길어지면 지역에 기반하는 저축은행의 실적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까지 까다로워지면서 지금까지처럼 자산 확대에 따른 이익 증가 공식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M&A 시장에 나온 저축은행 매물은 10여 곳에 달한다. OSB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10위내 업체들은 물론 스마트, 민국, 머스트삼일 등 중소 저축은행의 매각이 진행 중이다. M&A 업계에선 1위 SBI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1조11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7년(1조762억원)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총자산은 6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8000억원 늘었다. 적극적으로 대출을 확대했고 이자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업계의 역학 구도는 부정적이진 않다. 금융지주들은 저축은행 사태 후 억지로 저축은행을 떠맡아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매분기마다 치열한 실적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단번에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더할 수 있다면 저축은행이라고 꼭 제쳐둘 이유는 없다.

      긍정적 요소가 없지 않지만 저축은행 M&A가 수월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저축은행들의 이익 확대는 결국 이자수익 증가 덕이다. 지역에 기반해 중금리 대출을 늘려 왔는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이런 자산들의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이 취급하지 않는 자산을 받아온 만큼 위험도 먼저 맞닥뜨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망은 불투명한데 인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 저축은행이 가장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며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했으나 지금은 기업 가치가 고점이라 장기 과제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인수 주체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긴 어렵다.

      법상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서울특별시를 포함해 크게 6개로 나뉜다. 주된 영업소가 속한 구역에서만 영업을 해야 한다. 합병 혹은 계약이전 시에는 소멸되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역까지 포함시킬 수 있지만 이도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이 2017년 내놓은 ‘저축은행 대주주변경 합병 등 인가기준’을 통해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역주의 원칙’ 상 저축은행의 저축은행 인수 장벽이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A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유행은 한 물 지나갔고 대부 자산 축소 등 부담도 작지 않다”며 “저축은행의 주요 인수자였던 사모펀드(PEF)의 유동성이 풍부하다지만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산업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는 강화 일로다. 정부는 지난달 중신용자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인하를 유도하기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를 16%로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도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관리 지표로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업권 평균 111.5%인 DSR을 2021년까지 90%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만 저축은행이 지금까지처럼 중금리 대출을 늘리는 것도, 높은 금리를 받아 실적을 개선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