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철강업계…안으로는 고로 중단, 밖으로는 中의 우회 수출
최예빈 기자 | yb12@chosun.com | 2019.06.13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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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조업정지 10일' 처분에 수천억~조 단위 피해 우려
中 업체들, 우회 수출 기지로 한국 진출...출혈 경쟁 가능성
"포스코, 소통 부족...악재 많을수록 시장과 접점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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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가격 상승과 자동차, 조선 등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 날이 갈수록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환경 규제로 인해 고로 가동중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활로로 삼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철강 기업,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가운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조업 정지 10일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됐다. 충청남도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가 블리더(Bleeder; 안전밸브)를 무단으로 개방해 오염 물질을 배출한 건으로 조업 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하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를 10일 이상 멈추면 재가동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리는데 하루에 만 톤씩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100만톤 이상의 제품을 팔지 못하게 된다”며 “금액으로 따지면 8000억원 규모고, 설비를 보수해야 한다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업 정지 4일이 넘어가면 고로 내부 온도가 하강해 쇳물이 굳어 다시 재가동이 쉽지 않고 설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는 각각 1조700억원, 5300억원을 환경 설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적극적으로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 행정처분에 제동을 걸 예정으로 전해지지만 불확실성이 높다는 평가다.

철강업계에 닥친 위협은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해외에서 반덤핑 제재를 받자 우리나라를 우회 수출 통로의 거점으로 삼으면서 국내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청산강철은 국내 기업 길산과 50대50 합작법인 형태로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연간 60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청산강철은 세계 1위 스테인리스 기업이고 길산은 국내 1위 스테인리스 강관 업체다. 현재 부산시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청산강철은 인도네시아에서 반덤핑 제소가 걸려있어 현지에 세운 청산강철 법인에 소재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를 통해 우회 수출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산강철이 부산에 공장을 세운다면 현대비앤지스틸의 생산량 연간 30만톤을 뛰어넘게 된다. 연간 398만톤을 생산하는 포스코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국내 스테인리스 수요는 포화 상태인데다, 수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전문가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우리나라 철강업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중국 우회 수출의 전진 기지가 된다면 관세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산강철 이전에 중국 거대 알루미늄 기업인 밍타이 그룹은 지난해 12월 광양 세풍산단 내 외국인투자지역에 400억원 규모의 공장 건축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밍타이그룹, 청산강철을 시작으로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뛰어들게 되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에 어려움이 닥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철강에만 2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26조원 규모면 제철소를 새로 세울 수 있을 정도의 큰 금액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가 밝힌 스마트 공장화나 미세먼지 대책을 고려해도 26조원은 M&A나 신규 설비 증설 외에는 다 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측에서는 아직은 밝힐 수 없는 단계의 프로젝트가 많다는 설명이다.

철강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남는 돈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지 포스코가 투자자에게 공유하고 있지 않는 상태”라며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시장과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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