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스케일업펀드 '부작용'‐ 초기 임상 바이오만 키웠다
입력 2019.06.20 07:00|수정 2019.06.21 09:31
    정부발 펀드, 특정 섹터 '풀 베팅'
    파멥신·압타바이오 등 가격 껑충
    투자처 다수 임상 1·2상 바이오社
    • 현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정책 중 하나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결국 시장을 교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책적 판단의 산물인 코스닥 벤처펀드와 코스닥 스케일업펀드가 당초 우려대로 바이오 등 특정 섹터에 몰리며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이들 펀드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로 신규 상장 혹은 초기 임상 단계의 바이오회사에 '풀 베팅'하고 있는 까닭이다. 과도하게 쏠린 수급은 결국 시장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항체신약 항암제 개발업체 파멥신은 지난 5월말 1000억원 규모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완료했다. 지난해 11월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코스닥 새내기가 공모로 480억원을 조달한 지 불과 6개월만에 두 배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이번 CB 발행에는 코스닥 스케일업펀드가 총출동했다. 키움아이온코스닥스케일업펀드에서 100억원, KB브레인코스닥스케일업펀드에서 185억원, NH아주코스닥스케일업펀드에서 100억원을 댔다. 3개 사업자, 총 3000억원 규모로 지난 연말 출범한 코스닥 스케일업펀드 전체 포트폴리오의 10%를 파멥신 한 곳이 차지한 것이다.

      역시 지난달 말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플랫폼 기반 신약 개발업체 압타바이오는 공모가를 3만원으로 확정했다. 당초 제시한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 대비 20%나 높은 금액이다. 압타바이오는 앞서 5월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내부적으로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을 10% 가량 이미 상향조정했었다.

      압타바이오 수요예측에는 코스닥 벤처펀드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압타바이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856대 1, 확정공모가 기준 수요예측 신청금액은 42조원에 달했다. 이 수요 중 상당 부분이 코스닥 벤처펀드였고, 이 중 일부가 3만원 이상의 가격을 신청 가능한 최대로 주문하는 '풀 베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정부 시책으로 탄생한 펀드들의 자금이 예상대로 특정 섹터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 실제로 연말연초 결성돼 지난 3월부터 실제 투자가 집행된 코스닥 스케일업펀드의 경우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가 오스테오닉 CB, 신라젠 CB, 파멥신 CB 등 모두 '바이오 메자닌'에 집중돼있다. 3000억원 규모로 공모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KTB자산운용의 코스닥 벤처펀드의 경우 주식 포트폴리오 상위에 바이오·헬스케어 회사가 7곳 이름을 올리고 있고, 이들의 자산가치 총합은 전체 주식 자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 펀드가 주로 관심을 보이는 투자처가 주로 이제 막 제도권에 진입하기 시작한 바이오벤처라는 점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주력 제품이 임상 1상을 마치고 글로벌 2상을 준비 중인 경우가 많다.

      임상 1상을 통과한 신약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신약이 될 확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2016년 자료 기준 10~30%정도다. 이전의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는 일반적으로 2상 완료 단계에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고, SK바이오팜의 경우 아예 제품 출시 후 상장 계획을 잡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증시 진입 주기가 다소 빨라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2상의 경우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단위의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도움이 필요한 건 맞다. 다만 여기에 '쏠림' 현상이 더해져 시장을 불균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평가다. 불확실성이 큰 저임상 단계의 바이오 회사들이 이익을 내고 있는 다른 바이오·헬스케어 회사들보다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당초 정부의 정책이 나온 시점부터 제기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 시장을, 코스닥 스케일업펀드는 메자닌 시장을 교란할 거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보완이 되지 않았고, 결국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투자금융(IB) 담당 임원은 "혁신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만 보면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쏠림으로 인해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코스닥 벤처펀드,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너나 할 것 없이 알려진 대표적 투자 사례가 모두 바이오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