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감시 강화 vs 바이오 상장 쉽게'...정책 모순에 IPO시장 '혼란'
입력 2019.06.25 07:00|수정 2019.06.24 18:38
    금융당국, 상장 기업 회계 관련 상장 주관사 책임 강화
    회계 이슈 주로 바이오 업계지만...'바이오 상장 문턱 낮춘다'
    "주관사에 책임 떠넘기는 꼴" 지적도
    •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반된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규 상장사 회계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 기업의 상장 문턱을 지금보다도 더 낮추겠다고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IPO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주로 바이오 기업들이 회계 관련 이슈에 휘말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관리 감독 책임을 증권사들에게 모두 떠 넘긴 채 '혁신기업 지원'이라는 현 정부 정책 코드만 맞추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준비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준비기업 회계감독 과정을 상장 주관사와 거래소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는 식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안에 따르면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IPO(기업 공개)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제표 적정성을 확인해 상장심사 신청 시 거래소에 제출한다. 주관사는 이때 중요사항이 허위로 기재되거나 누락된 사항이 없는지 알아내야 한다. 문제가 없으면 이를 한국거래소에 넘기는 구조다.

      이후 거래소는 제무제표 관련 확인 내역의 적적성을 점검한다. 거래소는 상장준비기업이 재무정보 공시 역량을 갖추도록 회계처리와 관련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주관사는 해당 기업에 대해 직접 기술한 내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졌다. 하지만 새로 발표된 방안에선 회계 관련 중요사항이 허위 기재됐거나 누락 사항을 적발하지 못하면 제재를 받게 되는 등 부담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위반시 현재 20억원 수준인 과징금 한도도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증권사 IPO 담당자는 “회계법인 등 외부감사인이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해 증권사가 적정성을 따지고 누락된 내용을 발견하는건 어려운 일”이라며 “결국 과징금을 물지 않으려면 외부기관에 또 용역을 맡기는 등 절차와 비용만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회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같은 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외 행사에서 "이르면 7월쯤 바이오 업체의 상장 규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좀 더 쉽게 상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 시점에서 '회계 감독 강화'와 '바이오 상장 규제 완화'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정책인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문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묘한 회계관계 등 그간 IPO 시장에서 이슈가 돼왔던 회계 문제는 대부분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에서 나왔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회계 감독·감사를 강화하면 자연스레 바이오 회사부터 걸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보사 사태·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바이오 기업 이슈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거래소는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분위기다.  바이오 기업들의 심사도 다소 위축됐다.

      의료용 기기 제조 업체 젠큐릭스와 장외 바이오 대장주 툴젠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다 지난달 말 예심을 철회했고, 코넥스 시가총액 2위 노브메타파마도 코스닥 이전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이들은 다소 빡빡해진 심사 기조를 고려해 '일단 멈춤' 버튼을 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IPO시장에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63개 기업 중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터진 바이오 기업의 회계 이슈 등을 고려하면 상장 기업에 대한 철저한 회계 검증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하지만 지금 나오는 얘기대로라면 정부는 바이오 상장을 독려하면서도 결국 이슈가 터지면 주관사에게 책임을 모두 묻겠다는 구조"라고 말했다.